(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테러 선동 등의 혐의로 인도 수사당국의 추적을 받아 온 이슬람 설교사의 본국 송환을 거부하면서 양국 간에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15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 6일 이슬람 설교사 자키르 나이크(52) 박사를 인도로 송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우리는 외국의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는다. 모든 요인을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크는 23명의 사망자를 낸 2016년 방글라데시 다카 외교가 식당 인질 테러를 저지른 범인 중 일부가 그의 설교를 듣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인도를 떠나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해 왔다.
외과의사 출신인 나이크는 1991년 이슬람연구재단(IRF)을 설립하고 이슬람 설교 채널인 피스 TV를 통해 자신의 종교관을 설파해 왔다.
하지만 그는 동성애자와 타 종교로 개종한 이슬람 교도를 사형에 처할 것을 주장하고 9·11 테러의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 "그가 이슬람의 적과 싸운 것이라면 나는 그를 지지한다"는 등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왔다.
결국, 인도는 2012년, 방글라데시는 2016년 피스 TV의 방송을 불허했다. 인도 정부는 나이크를 테러 선동과 테러자금 제공, 종교간 갈등 조장 등의 혐의로 기소하겠다며 올해 1월 말레이시아에 그의 송환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대부분 이슬람을 믿는 말레이계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 나이크의 송환에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여겨진다.
정치·경제적으로 가까운 관계인 말레이시아와 인도가 이처럼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는 경우는 드문 사례다.
인도는 말레이시아의 10대 교역국 중 하나로 연간 무역액이 130억 달러(약 14조7천억원)에 달하며, 두 나라는 국방 분야에서도 밀접한 협력을 해 왔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6.2%가 인도계란 점도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이 돼 왔다.
다만, 인도내 정치 분석가들은 나이크의 송환이 완전히 불발된 것은 아니라면서 말레이시아산 팜오일 수입량을 늘리는 등 조치와 교환해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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