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프랑스 그리에즈만, 20년 만에 재현한 '지단의 향기'

입력 2018-07-16 01:58   수정 2018-07-18 08:00

[월드컵] 프랑스 그리에즈만, 20년 만에 재현한 '지단의 향기'
1998 대회 결승 지단 2골…2018년 대회 결승 그리에즈만 2골에 관여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년 만에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 축구의 '평행이론'이 재현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트사커'의 탄생을 알린 '지주(zizou)' 지네딘 지단(46)과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트사커의 부활'을 지휘한 '그리주(Griezou)' 앙투안 그리에즈만(27)이 주인공이다.
그리에즈만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1-1로 팽팽하던 전반 38분 페널티킥으로 골 맛을 보면서 프랑스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동점 상황을 깬 그리에즈만의 득점 덕분에 프랑스는 자국에서 열린 1998년 월드컵 우승 이후 20년 만에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축구팬들은 프랑스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그리에즈만에게 20년 전 프랑스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지단의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에즈만은 전반 18분 프랑스의 선제골이 된 크로아티아 마리오 만주키치의 헤딩 자책골을 끌어낸 프리킥을 담당했고, 전반 38분에는 크로아티아 페리시치의 핸드볼 반칙으로 따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결승골을 담당했다. 이날 프랑스가 따낸 4골 가운데 2골이 그리에즈만의 발끝에서 나왔다.
지단은 1998년 대회 결승에서 혼자서 결승골과 추가골을 책임지면서 프랑스가 결승 상대인 브라질을 3-0으로 무너뜨리는 데 앞장섰다.
특히 지단은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프랑스의 중원을 지휘하면서 프랑스 축구를 세계 정상의 무대로 이끌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르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결승까지 진출하는 데는 그리에즈만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컸다.
그리에즈만은 유로 2016부터 프랑스 전술의 핵심이 됐다. 역습 상황에 능할 뿐만 아니라 헌신적인 수비까지 앞장서며 팀의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왔다.
덕분에 프랑스 팬들은 그리에즈만에게 지단의 별명인 '지주'를 본떠서 '그리주'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20년 전 지단의 역할을 이번 월드컵에서 그리에즈만에게 맡겼다.
그리에즈만은 원톱 스트라이커 올리비에 지루의 2선에서 중원의 조율사로 공격을 지휘했고, 뛰어난 왼발 킥 능력을 앞세워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했다.
그는 조별리그와 4강전까지 3골 2도움의 맹활약으로 프랑스를 결승까지 진출시켰다. 4강전까지 그리에즈만은 프랑스 대표팀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세웠다.
그리에즈만의 왼발은 20년 전 프랑스 대회 결승에서 보여줬던 지단처럼 결승에서도 반짝 빛났다.
전반 18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자신이 유도한 프리킥 키커로 나선 그리에즈만은 골대 정면으로 볼을 보냈고, 공교롭게도 페리시치의 머리를 스치며 골대로 빨려들었다.
그리에즈만은 페리시치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1-1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38분 크로아티아 페리시치의 핸드볼 반칙으로 따낸 페널티킥을 왼발로 차넣어 프랑스의 4-2 승리를 만드는 밑거름 역할을 확실히 해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그리에즈만은 20년 전 '대선배' 지단이 보여줬던 품격을 재현하며 조국 프랑스의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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