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콘서트 중 무대에 뛰어들어 남자 가수를 껴안은 여성 관객이 성범죄 혐의로 처벌받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3일 밤 사우디 타이프 시에서 열린 이라크계 인기 가수 마지드 알무한디스의 콘서트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여성이 무대로 난입, 그를 와락 껴안았다.
이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 검은 니캅(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스카프)과 아바야(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통옷)를 입은 여성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가수를 향해 달려들어 껴안았다.
이 여성은 곧바로 보안 요원에게 끌려 내려갔다. 이 동영상은 사우디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파돼 '타이프 소녀'라는 별칭으로 화제를 모았다.
경찰 당국은 이 여성을 체포했다면서 성범죄 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여성에 적용될 법률은 사우디 정부가 5월 성희롱 행위를 범죄화하면서 제정한 '성희롱 처벌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재판부는 남자 가수를 성희롱했다는 혐의로 이 여성에 최대 징역 2년에 벌금 10만 리알(약 3천만원)에 처할 수 있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한 달 뒤 시행되는 여성 운전 허용에 맞춰 이 법을 마련했다. 도로 위에서 운전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성희롱이 빈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대한 성범죄를 막는다는 취지의 법률이 오히려 남자 가수를 공개적인 장소에서 껴안은 여성을 처벌하는 데도 쓰이는 셈이다.
이번 '포옹 사건'은 최근 급격히 변화하는 사우디의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간 사우디에서는 남자 가수의 콘서트엔 여성 관객이 입장할 수 없었지만 사우디 정부의 과감한 개혁 조치에 따라 이런 성별 구분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정부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변화를 표방하면서 여성 운전 허용,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 남녀 혼석 콘서트 개최 등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잇달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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