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EU 정상회의 "중국서 불공정 대우받으면 내게 알려라"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6일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가산을 탕진시킬 정도의 강도 높은 처벌을 약속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 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의를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은 외국기업이 투자에 나서도록 양호한 경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국기업이나 외국기업 모두 차별 없이 대하며 지식재산권을 강제로 양도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결연히 제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 "중국 당국이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 갑절로 징벌할 것"이라며 "악의적인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는 가산을 탕진시킬 정도로 처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그간 중국에 대한 기술양도를 통해 중국시장 진입을 허용받는 공공연한 내부 관행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역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의 한 사례로 이를 주장해왔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EU와 공동으로 대응하는 공조 연대를 제안하는 한편 미국, 유럽 등 외국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리 총리는 "아직 개별적인 소송은 없지만 중국에 투자한 기업이나 중국과 합작한 기업이 어떤 불공정한 대우나 강제적인 요구를 받는다고 느낀다면 우리에게 직접 진정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와 여기 앉아있는 부장(장관)들이 중국 내 불공정 대우나 지식재산권 침해 사건을 직접 접수하겠다"고 했다.
리 총리는 이어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는 중국 내 외국기업의 합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 자신의 혁신발전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식재산권 보호 없이는 중국 기업 자신도 더 이상 발전해나갈 수 없고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을 해치는 꼴이 된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이날 리 총리가 투스크 의장, 융커 위원장과 회담을 한 뒤 평화, 성장, 개혁, 문명 4대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가고 보호 무역주의와 일방주의를 거부하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44개 항으로 이뤄진 성명에서 중국과 EU는 개방형 세계경제를 구축하고 무역투자의 자유화, 간소화를 제고해나가며 보호 무역주의와 일방주의를 거부하자는데 뜻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규칙을 기반으로, 투명, 비차별, 개방, 포용의 다변적 무역체계를 구축하자"고 했다. 성명의 한 항목에는 지식재산권 보호가 혁신과 지속발전 가능성에 갖는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도 포함됐다.
하지만 EU가 미국의 관세전쟁에 맞서 중국과 공조하는 수준까지 합의가 이뤄졌는지는 불확실하다.
중국과 EU는 이 밖에도 "다각적인 노력으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확인했다. 성명은 "올해 초부터 한반도 정세가 뚜렷하게 완화되고 있다"면서 "양측은 북미,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전면적 비핵화를 포함한 합의를 환영하며 각 측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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