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에 비굴" "미 대통령으로서 수치"…공화당 지도부도 공개 비판
민주당은 "러시아에 약점 잡혔나" 음모론 제기속 청문회 요구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보인 태도 때문에 정치권의 반발 등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 의혹을 부인하는 푸틴 대통령 편을 드는 모습을 보이며 저자세를 취한 것이 문제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지도부와 중진들도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러시아가 왜 2016년 대선을 방해하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러시아의 대선개입이라는 결론을 내린 미 정보당국과 '대선 불개입'을 주장하는 푸틴 대통령 가운데 누구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우리의 선거에 개입했고 이곳과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약화한다는 게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러시아의 책임을 묻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에 종지부를 찍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의 돈 스튜어트 대변인도 "러시아는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며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조사결과에 동의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매코널 원내대표의 입장을 밝혔다.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상원 정보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미국 정보기관의 조사결과에 반하는 푸틴 대통령의 어떠한 주장도 거짓말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거짓말로 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그 정권의 행동들이 이를 입증한다"며 "우리는 우리와 우리의 동맹들에 대한 러시아의 적대적 행위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미·러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대통령으로선 가장 수치스러운 실적", "비극적 실수'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 언론'들의 공정한 질문에 맞서 의도적으로 독재자를 방어하는 선택을 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세계를 향해 선전선동과 거짓말을 뿜어낼 연단을 깔아주는 걸 보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이 같은 각본을 보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어떤 전임 대통령도 이보다 더 독재자 앞에서 비굴하게 저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며 "오늘 기자회견은 역대 미국 대통령 역사상 근래 들어 최고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테네시)도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순간이 아니었다"면서 미국이 러시아에 만만하게 보였을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친(親) 트럼프계 인사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 캐롤라이나) 상원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개입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보다 단호하게 묻고 앞으로의 선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강한 경고를 날릴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 약점'을 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청문회 추진 카드까지 꺼내 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보다 러시아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대러 제재 강화와 함께 백악관 안보팀 청문회 출석 등을 요구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 위험한 행동에 대해 가능한 유일한 설명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나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많은 미국인은 궁금해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옛 소련 비밀경찰 국가보안위원회(KGB)의 말을 더 믿었다. 미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그는 대선개입과 관련해 범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그가 유일하게 비난하지 않은 사람은 바로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며 "공동 기자회견이 이 정도로 나빴다면 안(회담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해보라"고 덧붙였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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