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총재·EU 지도부 연쇄회동서 '자유무역' 목소리 높여
류허 부총리도 EU에 협력 요청…"다자무역체계 함께 지키자"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정조준해 중국을 겨냥한 근거 없는 비난에 반대하며 국익을 결연히 수호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자유무역과 경제세계화를 강조해왔으나 공개 석상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해 우회적이라도 이처럼 불쾌감을 표시한 경우는 드물어 향후 미중간 갈등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北京) 조어대(釣魚台) 국빈관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회견한 자리에서 "세계은행은 다자주의와 경제 세계화를 수호하는 중요한 힘으로 중국은 개방형 세계경제를 함께 지키길 원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현재 전 세계는 지구촌이며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끊임없이 대두하지만 각국이 운명을 같이하고 있어 경제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으며 협력 공영이 대세"라면서 "중국의 발전은 경제 세계화와 무역 자유화의 도움을 받은 동시에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에 중요한 공헌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을 겨냥해 "중국을 향한 부실한 비난을 반대하며 합리적인 이익을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면서 "책임 있는 대국이자 현행 국제체계의 건설자 및 공헌자로서 중국은 다자주의 체계를 확고히 지지하고 무역 및 투자 자유화와 편리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세계화 시대에 각국이 폐쇄적인 입장을 취해서는 안 된다면서 중국의 다자주의와 경제 세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도 만나 자유무역 수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EU와 함께 다자주의를 수호하며 유엔의 지위와 역할을 지지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EU는 세계 최대 경제체제로서 다자무역 체계의 수익자이자 수호자이므로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의 시대 조류에 순응하며 전략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은 다자주의 원칙에 기초해 자유무역체계를 수호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함께 보호하며 무역과 투자 자유화, 편리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은 중국과 각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원한다면서 EU도 협상을 통해 다자무역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미국과 경제무역 협상을 주도해온 '시진핑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도 16일 유르키 카타이넨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 EU도 힘을 보탤 것을 요청했다.
류 부총리는 이날 회동에서 "현재 일방주의와 무역패권주의가 전 세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EU와 함께 자유무역 규칙과 다자무역체계를 수호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보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카타이넨 부의장은 EU도 무역 분야에서 중국과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면서 중국과 소통을 통해 WTO 개혁을 추진하고 다자무역체계를 수호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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