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산권 주민 문화갈증에 뛰어난 전시 기획력 '한몫'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을숙도에 둥지를 튼 부산현대미술관에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17일 부산현대미술관에 따르면 개관 한 달을 맞은 지난 15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13만3천여 명에 달한다.
도심에서 떨어져 접근성이 좋지 않아 전시장이 썰렁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주말에는 주차장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국내외 작가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한 달여 만에 10만 명의 관람객을 넘긴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2016년 연말 개최한 이중섭 탄생 100주년 전시의 관람객이 68일간 9만3천79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부산현대미술관의 개관전 성과를 실감할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이 관람객 돌풍을 일으킨 배경은 뭘까.
미술관 측이 최근 관람객 100여 명을 대상으로 약식 설문조사를 해 봤더니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관람객들의 23.9%는 거주지가 강서·사상·북구, 21.2%는 사하·중·서·영도구로 나타났다.
관람객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45.1%가 서부산권과 원도심 주민이다.
연령대는 20대 23.9%, 30대 23%, 40대 26.5% 등 젊은층이 대다수를 이뤘다.
그동안 서부산 지역은 문화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부산시립미술관, 영화의전당, 벡스코 등 대부분의 문화·전시시설은 해운대 등 동부산에 몰려 있어 서부산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문화 향유의 기회가 적었다.
이번 부산현대미술관 개관전 돌풍은 서부산권, 젊은 층의 문화 갈망과 수요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게 문화예술계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개관전의 기획력이 한몫했다.
우선 삭막했던 미술관 외관을 '수직정원'으로 바꾸면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수직정원은 프랑스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의 지휘로 1천300㎡ 넓이 콘크리트 벽에 175개 종 식물을 심는 방식으로 설치됐다.
수직정원은 관람객들의 '인증샷' 배경이 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낙동강 줄기를 빛으로 형상화한 정혜련 작가의 '-1의 풍경'을 비롯해 널찍한 로비에 자리 잡은 독일 작가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주황색 상자 설치작품 등도 관람객을 끌어들인 것으로 미술관 측은 분석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430억 원을 들여 을숙도 내 부지 2만9천900㎡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져 6월 15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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