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늘은 제70주년 제헌절로,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1948년 7월 17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 헌법은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구성된 제헌 국회에 의해 그해 7월 12일 제정돼 7월 17일 공포됐다. 제헌절은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쉬지 않는 날로 바뀌었지만, 국회와 정부 주관의 기념식 등 각종 기념행사가 열리는 엄연한 국경일이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꾼 1952년 7월 7일 제1차 개정을 시작으로 이승만의 대통령 3연임을 허용한 `사사오입 개헌' 등 격동의 역사 속에서 수차례 고쳐졌다. 그러다가 군부독재를 종식한 1987년 6월 민주항쟁 덕에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그해 10월 27일 제9차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서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는 이어진 가운데 단임제 폐단 등 새로운 문제점까지 나타났다. 또 인권, 직접민주주의, 지방분권 강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요구를 충족하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목격하고선 `87년 체제를 극복하자'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치권은 지난 대선 당시 여야 구분 없이 저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시행을 공약하며 국민 여망에 화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1년 6개월을 활동시한으로 정하고 개헌논의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국회는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에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5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마저 본회의에서 정족수 미달로 인한 `투표 불성립'으로 만들었다. 당시 개헌안 폐기를 위해 표결 불참에 앞장섰던 야권이 최근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때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개원 70돌을 맞은 국회가 1987년 개헌 이후 31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를 당리당략으로 무산시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제헌절 경축식에서 개헌이 국민 80%가 원하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회가 개헌특위를 중심으로 근 2년간 개헌안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논의해온 터라 여야 간 정치력이 발휘된다면 개헌 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
개헌은 국민의 명령이자 지난 대선 당시 여야 모두의 공약이었음을 상기하고 정치권은 공약 실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번 개헌은 21세기의 시대 변화상을 담아내야 하기에 20세기 중반에 이뤄진 헌법 제정에 준할만한 일이다. 여야 의원들이 제헌절을 맞아 광복 후 나라 세우기에 나선 제헌 의원들의 헌법 제정 당시의 초심과 각오를 되돌아보고 개헌이라는 국민명령 완수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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