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모아 도박장 개장한 업주·사채 등 일당 붙잡혀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불과 넉 달 전에 도박 빚 갈등으로 살인사건까지 벌어졌지만, 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박판을 이어 온 도박장 개장자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할머니들이 붙잡혔다.
지난 3월 10일 오전 9시 50분께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손모(67·여)씨가 A(81·여)씨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살해한 후 현금과 귀금속 등 50만원 상당을 훔쳐 달아났다.
속칭 '삼봉' 도박에 빠진 손씨는 도박장에서 A씨에게 돈을 빌렸다가 빚 독촉을 받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붙잡인 손씨에게 재판부는 지난 6월 "엄벌이 필요하고 사회와 영구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함께 도박하던 이가 돈을 빌려주던 할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도박 동료'들은 개의치 않고 계속 화투짝을 두들겼다.
이들이 외부침입을 철저히 통제한 채 도박을 계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경찰은 판결 전 구치소에 수감 중인 손씨를 찾아갔다.
손씨는 처음에는 "경찰에 협조하고 싶지 않다"며 손을 내저었지만, 삼고초려를 한 경찰의 설득에 조금씩 입을 열었다.
손씨에게서 도박장 운영방식을 상세히 들은 경찰은 도박장 개장 업주 등을 붙잡기 위해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남자는 출입을 막는다'는 철칙 하에 주변을 철저히 경계하는 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경찰은 아이디어를 냈다.
여경이 도박장 업주에게 전화해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며 "나와보라"고 유도했다.
자신이 차량이 사고 난 줄 알고 업주가 아파트 문을 여는 사이에 경찰은 도박장 내부로 진입해 업주와 도박에 참여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할머니 등을 검거했다.
도박장 업주 이모(61)씨는 식당을 운영하며 알게 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할머니들을 모집해 도박장을 열었다.
아파트까지 빌려 그곳에서 참가비 1천원, 판돈 5%를 받고 도박장을 운영했다.
정모(62)씨는 도박장에서 기초생활수급비가 입금되는 통장을 담보로 받고 1만원의 선이자를 떼고 10만원씩을 빌려줬다.
함께 입건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60대 할머니 5명은 도박에 빠져 매달 40∼60만원씩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를 탕진했다.
조사결과 지난 1년 동안 이씨 통장에 입금된 돈만 5천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하기로 했다.
이들을 검거한 경찰은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손씨를 '도박 때문에 인생을 버렸는데 가만있을 것이냐'고 설득했다"며 "도박장이 얽힌 살인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기초생활수급 통장을 담보로 도박을 계속한 할머니들을 보니 오히려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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