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PD 잠적 탓 촬영중단" 입장에 반박 회견…갈등 장기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사전제작 드라마 '사자'의 스태프가 제작사의 임금 미지급 등 계약 불이행을 주장하며 항의했다.
'사자'의 촬영·조명·무술·편집·소품팀 관계자들은 17일 서울 을지로 모처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제작사 빅토리콘텐츠의 공식입장을 반박했다.
앞서 12일 빅토리콘텐츠는 "제작 중단의 직접적 원인은 임금 미지급이 아닌 장태유 PD의 잠적 때문"이라며 "장 PD 추천으로 제작에 참여한 촬영감독을 포함한 일부 스태프가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스태프는 "우리 촬영, 조명, 무술, 편집, 소품팀을 합하면 전체 스태프의 80%"라고 전제하며 "촬영 초반에야 PD가 스태프를 추천할 수 있지만 일단 한팀이 되면 그때부터는 식구다. 제작사의 편 가르기가 매우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날 팀별 계약서의 개괄적 내용과 입금 내용을 공개하며 촬영을 시작한 지난 1월 11일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제때 임금이 지급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임금 미지급으로 촬영이 처음 중단된 건 4월 3일이다.
촬영팀 관계자는 "팀마다 차이가 있는데 1월부터 계속 임금 미지급이 발생했고, 그나마 4월 2일에 들어온 것도 1·2월분이었다. 또 다른 팀은 내용증명을 보내자 5월 24일에 겨우 2·3월분을 받았고 4·5월분은 못 받았다"고 설명했다.
편집팀 관계자도 "첫 촬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임금을 제때 기분 좋게 준 적이 없다"며 "심지어 제작사는 '장태유 PD의 스태프니 주식회사 태유에서 임금을 받으라'고까지 했다. 우리는 분명히 빅토리콘텐츠와 계약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팀별 임금 미지급액을 합하면 최소 2억원 이상이다.
이들은 또 계약서 자체가 통상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수준으로 늦게 작성됐다고 비판했다.
촬영팀 스태프는 "1월에 첫 촬영을 했는데 계약서는 4월 13일 작성됐다. 5월에 받은 사람도 있다"며 "계약 내용도 과실로 인한 책임보상 등이 모두 스태프 책임으로 돼 있는 등 불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일방적인 스태프 해고와 일부 세트장 미건립 등 주장과 일부 임금은 PD나 배우 소속사로부터 대신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가 연출하고 박해진과 나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사자'는 4회가량 촬영한 상태에서 연출자와 제작사 간 갈등 등으로 지난 5월 10일 이후 제작이 완전히 중단됐다.
지난 10일부터는 제작사인 빅토리콘텐츠와 박해진 소속사 겸 전 공동제작사였던 마운틴무브먼트(제작사명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그리고 제작진과 빅토리콘텐츠 간 제작비 등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노출되면서 이전투구 양상이 됐다.
빅토리콘텐츠는 앞서 장 PD의 무리한 제작비 예산의 증액 요구가 있었고, 임금 미지급 문제도 주식회사 태유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자'는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만약 어렵게 갈등이 봉합되거나 제작사가 새 연출진을 찾는다 하더라도 방송사 편성도 되지 않은 작품에 큰 흠집이 난 상황이라 여파는 지속할 전망이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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