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온 오르면 속도 함께 타"…여수 양식장 어민의 '탄식'

입력 2018-07-18 08:01  

[르포] "수온 오르면 속도 함께 타"…여수 양식장 어민의 '탄식'
폭염 속 어민들 고수온 피해 막기 '안간힘'
새벽에 나와 수온계부터 확인…"올해도 피해 없기를…"

(여수=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태양은 따가웠다.
하늘은 맑았고 머리 위에서는 직사광선이 내리꽂았다.
17일 오후 찾아간 전남 여수시 신월동의 우럭 양식장은 뜨거운 햇살을 피할 그늘 한점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민 2명이 가로·세로 5m 크기의 양식어장을 위태롭게 오가며 그늘막을 설치하는 모습 외에는 움직이는 것은 없다.
간혹 바람이 불어오지만, 온풍기를 틀어놓은 듯 뜨거운 열기만을 느낄 뿐이다.
기상청 예보는 낮 최고 기온이 33도라고 했지만, 바다는 끈끈한 습기가 더해져 그보다 훨씬 높게 느껴졌다.
어민들은 챙이 넓은 모자와 땀 배출이 잘되는 기능성 셔츠로 무장했지만 30분도 안 돼 양식장에서 나왔다.
머리와 등에 바늘처럼 쏟아지는 햇볕과 물에 반사돼 올라오는 복사열 때문에 금세 땀 범벅이 됐다.
냉수를 벌컥벌컥 마셔보지만, 쉽게 더위가 가지지 않는다.
양식장 한쪽에 세워진 파라솔 아래에서 격한 숨을 몰아쉬던 최인호(51)씨는 "새벽에 일찍 나와 해가 없을 때 작업을 잠깐 하고 오전과 오후에는 30분씩 일하고 휴식한다"며 "하루면 2ℓ짜리 생수를 3병 정도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럭과 돔 등 40만 마리를 키우는 이 양식장 어민들은 폭염에 물고기들이 죽지 않을까 걱정이다.
매일 새벽 5시쯤 양식장에 나와 밤을 잘 보냈는지 살펴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디지털 수온계로 온도를 확인한다.

이날 오후 2시쯤 수온계가 27.7도를 가리키자 임성곤(60)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임씨는 "28도 이상이 되면 물고기가 숨을 못 쉬어 죽어버려… 큰일이다"며 연신 온도계 액정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는 이어 "수온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속이 바싹바싹 탄다"며 "올해도 큰 피해가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수온이 26도를 넘자 먹이 공급을 중단했다.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으면 체온이 올라가고 산소를 많이 써서 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활한 산소 공급을 위해 공기발생기를 설치하고 부유물이 많이 낀 그물은 교체했다.
여수시도 고수온 피해를 막기 위해 양식어민들에게 그늘막 800여개를 지원했다.
다음 주부터는 금오도와 화태도, 개도 등 섬 지역 양식장을 돌며 고수온 피해예방 지원에 나선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우리나라 해양기상을 분석한 결과 평년보다 수온이 0.5∼1.5 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수지역에는 해상 가두리 양식장 70곳이 있으며 지난해 고수온으로 2개 어가에서 1억여원의 피해를 봤다.
여수시 관계자는 "작년보다 수온이 1.5도 정도 높은 것으로 나와 고수온 피해예방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수심이 얕은 곳은 26∼27도, 수심이 깊은 곳은 24∼25도를 보여 고수온에 약한 우럭 양식장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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