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추모비 방문 일정 놓고 국제인권단체 비판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올 4월 총선 때 헝가리계 미국인 조지 소로스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반유대주의 논란을 일으켰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스라엘 방문 일정을 앞두고 인권단체 시위의 표적이 됐다.
17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이번 주 예정된 오르반 총리의 이스라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비 방문 일정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오르반 총리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할 수 있는 반유대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그가 소수자와 유대인, 야당 정치인 등을 탄압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오르반 총리의 일정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야드 바셈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오르반 총리는 18∼20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야드 바셈 추모비를 찾을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네타냐후 총리의 헝가리 방문에 대한 답방이다.
4선에 성공한 오르반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 조지 소로스가 난민을 헝가리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그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했다.
헤지펀드로 부를 쌓은 소로스는 열린사회재단을 통해 모국 헝가리의 시민단체를 지원하고 민주주의 이념을 전파해 우파정부의 눈 밖에 났다.
소로스가 유대인이라는 점 때문에 헝가리 여당의 선거 운동은 유대인 커뮤니티로부터 반유대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여당은 소로스 비판 광고판을 일부 철거하기도 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나치 독일에 협력한 헝가리의 행위를 범죄라고 인정했지만 그 전에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수정주의 관점의 성명 때문에 비판을 받곤 했다.
오르반 총리가 소로스를 공격하면서 반유대주의 논란을 촉발하기는 했어도 이스라엘에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소로스는 이스라엘 정부에도 비판 세력으로 공격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 2월 아프리카 난민을 추방하기로 하면서 소로스가 추방 반대시위를 돈으로 샀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 성향과 배치되는 온건 유대인 로비 단체 J스트리트를 소로스가 지원해온 것도 유대인인 그가 이스라엘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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