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 회견이 국내적으로 최악의 반발을 초래함으로써 당초 겨냥했던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대신 오히려 지금까지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전망했다.
헬싱키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러시아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그동안 미국 측에 팽배해온 반러시아 정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으나 이러한 만족감은 미국 내 회견 역풍이 폭증하면서 '잠깐'에 그쳤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내 자국 정보기관의 평가를 깎아내리고 상대 푸틴 대통령을 찬양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러시아와의 관계에 도움이 되기보다 역풍을 초래할 수 있음을 파악했다고 FT는 전했다.
결과적으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양국 지도자가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 내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러시아 내 분위기이다.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분석가 알렉산더 가부에프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으로 러시아 요원들이 미 당국으로부터 기소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회견 파문으로 미국 내 러시아 평판이 오히려 나빠질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회견 파문이 불행하게도 수년간 양국 관계에 드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러시아 증시도 회담 직후 구체적 성과가 없는 데다 역풍이 우려되면서 하락세를 나타냈다. 향후 증시 전망도 미국 내 강력한 반러 정서를 고려해 비관적이다.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출신의 망명인사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자신의 트윗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푸틴 탓으로 돌리면서 "푸틴의 목적이 개인적으로 트럼프를 굴복시키는 것이었다면 성공했지만 러시아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었다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번 회견 파문은 러시아 관리들에게 별로 놀랄 사안이 아니라는 반응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 측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 불가적이고 혼란스런 특성을 감안해 '기회와 재앙'을 동시에 예견했다는 것이다.
카네기 센터의 가부에프는 러시아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실질적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바보'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그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는커녕 의회는 오히려 그(트럼프)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이유로 제재를 강화는 법을 마련했음을 지적했다.
안보전문가들은 또 양국 지도자들이 이번 회담에서 핵 구조조정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안정협상을 시작할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트럼프와 푸틴 두 사람은 오는 11월의 아·태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와 연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어 이번 회담 파문의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