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사태, 시스템 문제 아니라 개인 도덕 때문"
"학생들 사랑한 총장으로 기억되길…'선한 인재' 양성 성과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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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19일 4년 임기를 마치는 성낙인 제26대 서울대 총장은 후임 총장을 정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나게 된 것에 "무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퇴임을 하루 앞둔 18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총장의 가장 큰 덕목은 더 훌륭한 후임 총장을 모시고 떠나는 것인데 이를 못하고 떠나니까 가슴이 아프고 동문과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성 총장의 표정에는 무거운 총장직을 내려놓는다는 홀가분함보다는 대학 구성원들을 향한 미안함이 더 크게 드러났다.
앞서 총장 최종후보로 선출된 강대희(56) 의과대학 교수가 성희롱·논문표절 논란에 휩싸여 자진 사퇴하면서 서울대는 성 총장 후임을 다시 뽑아야 한다.
성 총장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총장이 법적 책임은 아니더라도 도의적·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구성원들이 총장 선출 과정에서 각자 판단을 했을 텐데 (총장 후보가 사퇴해) 가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서울대 총장 선출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도덕적 문제였다"면서 "학교가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비가 온 뒤 땅이 굳듯이 (이번 일이) 서울대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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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총장은 재임 동안 학생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한 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한 총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2016년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했고, 올해는 '갑질'·연구비 횡령 의혹이 제기된 사회학과 교수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다.
성 총장은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도 서울대 학생이니 다 포용했어야 했는데 부덕의 소치로 그 학생들까지 품지 못했다"며 "교수들의 반대에도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의 징계를 해제한 것은 학생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식당에서 '1천원 아침·점심·저녁'을 제공하도록 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생활비도 지원했다"며 "학생들을 사랑한 총장으로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당시 선한 인재 양성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고, 모든 열정을 쏟아서 성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아닌 동문과 국민에게 '선한 인재 장학금'을 받아 학생들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한 인재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지도자가 돼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은혜를 환원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성 총장은 서울대가 4차산업 혁명의 선두주자로서 사회를 이끌고, 국제화를 통해 국제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 총장은 "재임 기간 가장 아쉬운 것은 시흥캠퍼스를 더 일찍 조성하지 못한 것"이라며 "4차산업 혁명 연구 성과를 다른 국가보다 빨리 만들 수 있도록 환경을 더 일찍 조성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선진국 대학들은 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4차산업 혁명에 대비하고 있다"며 "서울대도 산학협력과 국제화를 강화해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서는 "법인화 취지는 대학 자율성을 높이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되고 있다"며 "서울대를 공공기관으로 간주해 규제하고 간섭하려고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대에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성 총장은 퇴임 이후 휴식을 취한 뒤 장학사업을 돕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총장을 하면서 많은 분에게 장학금을 받기만 했다"며 "힘이 닿는다면 그분들의 장학사업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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