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제재 임박 핵활동 '봉인 해제 준비'로 맞서(종합)

입력 2018-07-18 23:13  

이란, 美 제재 임박 핵활동 '봉인 해제 준비'로 맞서(종합)
이란 원자력청 "핵합의 폐기되면 우라늄 농축도 상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다음달 6일 재개하는 데 맞서 이란이 그간 제한했던 핵활동을 재개하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이란 원자력청은 핵합의가 폐기되면 우라늄을 더 높은 농도로 농축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 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은 핵합의를 물론 계속 지키겠다"면서도 "유럽연합(EU)과 핵합의 유지를 위한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은 핵합의에 따라 우라늄을 3.67%까지만 농축할 수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의 연료봉에 쓰이는 농도다.
이어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각 시나리오에 따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올해 5월 미국이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자 이란 원자력청은 핵합의가 결국 파기되면 이틀 안으로 농도 20%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활동을 개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원자력청장도 18일 우라늄 농축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살레히 청장은 이날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에 특화된 로터(회전자)를 생산하는 시설을 완공했다"고 말했다. 로터는 원통 모양의 원심분리기를 고속으로 회전시킬 때 쓰는 핵심 부품이다.
그는 "원심분리기 로터 제조 시설 완공으로 핵합의의 틀 안에서 우라늄 농축 능력이 증강될 것"이라면서 "이 시설에서 IR-6형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로터 60개씩을 매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R-6는 IR-8과 함께 이란이 보유한 고성능 원심분리기다.
살레히 청장은 "이 로터 제조 시설을 현재 가동하진 않았다"면서도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10개월 안에 19만 SWU(분리작업량 또는 농축서비스단위)의 농축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히 청장은 지난달 초 19만 SWU를 보유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1∼2년이라고 전망했었다.
SWU는 천연우라늄에서 원자력 발전용 원료로 쓸 수 있는 우라늄 동위원소(U-235)를 분리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 등을 표시하는 단위다.
이 분리 작업에 주로 쓰는 원심분리기의 성능에 따라 1SWU에 필요한 자원의 양이 달라진다.
발전량 1천400㎿급의 한국형 원자로(APR-1400)에 연간 필요한 3.67% 농도의 핵연료에 필요한 우라늄을 농축하려면 약 12만SWU 용량의 농축 시설(원심분리기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19만 SWU는 발전용 원자로 1.5기가 연간 소모하는 산업용 우라늄을 농축하는 용량으로 환산할 수 있다.
한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럽 측은 기존에 했던 정치적 다짐뿐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핵합의 보장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 거래, 투자, 에너지, 운송, 중소기업 분야에 관해 핵합의를 지킨 이란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글이나 말이 아닌 실제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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