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 레이디' 베스타게르 "구글 과징금, 정치적 맥락과 무관"

입력 2018-07-19 01:03  

'택스 레이디' 베스타게르 "구글 과징금, 정치적 맥락과 무관"
美, 자국기업 잇단 단속 불만…트럼프 "택스레이디, 美 미워해"
베스타게르 "미국에 긍정적 감정갖지만 과징금과는 무관…단속 계속할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18일 미국의 IT 공룡기업인 구글에 대해 EU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43억4천만 유로(5조7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이번 조치를 총괄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이 EU와 미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과징금은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다가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지난 2014년 8월 경쟁담당 집행위원에 취임한 뒤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경쟁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한 입장을 취해왔고, 공교롭게도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주된 '사냥감'이 됐다.
미국과 EU가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 경쟁'을 내세운 EU의 칼날이 미국 기업에 집중되면서 미국 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서방 7개국) 정상회의에서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의 '보스'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에게 "당신의 '택스 레이디'(Tax Lady)는 미국을 미워한다"라고 말했다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전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이 지난 2016년 8월 아일랜드 정부가 미국 애플에 과도한 세금 혜택을 부여했다며 미납된 세금 130억 유로(16조2천억 원 상당)를 환수하라고 결정한 것을 상기시키며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에 '택스 레이디'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이날 구글에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부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택스 레이디'라는 별명을 붙인 데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미국을 매우 많이 좋아한다"면서도 미국 기업에 대한 자신의 조치가 정치적 맥락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나는 덴마크인으로서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것(과징금 부과)은 내가 (미국을) 어떻게 느끼느냐와는 관련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경쟁법을 단속하는 것처럼 나는 그것을 하는 것이지, 우리는 정치적 맥락에서 이를 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한 뒤 "정치적 맥락이 어찌 됐든 나는 계속해서 경쟁법을 단속할 것"이라고 역설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구글에 43억4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기에 앞서 작년 6월에도 구글에 24억2천만 유로(3조 원 상당)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지난 2016년 8월엔 아일랜드 정부 측에 애플로부터 미납된 세금 130억 유로를 징수하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아마존, 맥도날드 등 대표적인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EU의 칼날 아래 놓여 있다.
덴마크 경제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한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융커 집행위원장이 내년에 임기를 마치면 그 뒤를 이을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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