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인 KBO 비디오판독센터장 "하루 최대 13번 판독도 했죠"
현역 심판 등 총 7명과 경기당 화면 10개로 비디오판독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연간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한 프로야구이지만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야구를 챙겨 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144경기를 모두 찾아보는 열성 팬도 분명 있지만 웬만한 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매일 5경기씩, 한 시즌 720경기를 모두 화면을 통해 눈이 빠져라 지켜보는 이가 있다.
바로 KBO 비디오판독센터의 김호인(63) 센터장이다.
그의 일과는 오후 4시쯤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4층에 위치한 비디오판독센터에 출근해 기기들을 점검한 뒤 수십 개의 화면을 통해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펼쳐지는 심판 판정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일이다.
김호인 센터장은 베테랑 심판 출신이다.
지금은 추억의 팀으로 남은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선수 생활을 한 그는 1987년 KBO 심판에 입문해 21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심판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이후 경기감독관 등으로 활동하다 2017년 초대 비디오판독센터장으로 위촉됐다.
KBO가 김호인 센터장의 풍부한 심판 경험과 정확한 판정 능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많은 야구팬이 지켜보는 비디오판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호인 센터장은 "현장 심판은 1루수의 발이 떨어졌다고 판단했으나 느린 그림으로 보면 살짝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아주 애매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후반기 kt의 첫 경기에서 로하스의 도루처럼 타이밍은 분명 아웃인데 주자가 기술적으로 슬라이딩하며 태그를 피하는 순간에는 글러브가 살짝 스쳤는지 피했는지 분간하기 아주 어려운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KBO 비디오판독센터에는 총 7명이 근무한다.
김호인 센터장과 2명의 현역 심판이 비디오판독을 전담하고 4명의 엔지니어가 기술적으로 뒷받침한다.
비디오판독은 경기별 10개의 화면으로 실시한다. 3개는 KBO가 각 구장에 직접 설치한 카메라에서 송출하는 화면이고 나머지 7개는 중계방송사가 제공하는 화면이다.
KBO리그는 전반기 441경기에서 총 469차례 판독 신청이 발생해 141차례 판정이 뒤집혔다. 번복률 30.1%다.
심판도 신이 아닌 이상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아웃이냐, 세이프이냐 명확하게 가릴 수 없다.
비디오판독 역시 팬들이 원하는 만큼 정확한 판독을 하기에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다.
김 센터장은 "10개의 카메라로 잡아도 분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중계방송사와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정말 속이 타들어 갔는데 최근에는 상당히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켜보다 5경기가 다 끝나고 나면 피로가 몰려올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수많은 화면을 쳐다보니 눈도 피로해져 경기 후반에는 선글라스를 끼기도 한다.
김호인 센터장은 "흔히 심판은 '잘해도 본전'이라고 한다. 시즌 내내 잘 보다가도 한 두 번의 실수가 나오면 팬들의 엄청난 비난이 쏟아진다"며 "심판 판정을 보완하기 위해 비디오판독이 생겼는데 비디오판독 역시 '잘해야 본전'인 것 같다"며 웃었다.
판독 신청은 하루 평균 7∼8차례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하루에 최대 13차례나 발생해 정신을 빼놓은 일도 있었다.
KBO는 팀별로 2번 가능한 비디오판독 신청을 후반기부터는 연장전에 들어갈 경우 한차례 더 허용하기로 했다. 그만큼 비디오판독센터는 더 바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비디오판독이 현대야구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팬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KBO리그 전체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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