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화곡동서 11개월 원생 숨져…"이불 뒤집어 씌우고 올라타"
교사 아동학대치사 혐의 오늘 구속영장…경찰, 부검 통해 사망 원인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원생을 강제로 재우다 숨지게 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19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영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59·여)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전날 화곡동 모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남자아이를 재우는 과정에서 몸을 누르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 어린이집 내부 폐쇄회로(CC)TV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김씨가 낮 12시께 아이를 엎드리게 한 채 이불을 씌운 상태에서 온몸으로 올라타 누르는 장면 등을 확인해 긴급체포했다"며 "오늘(19일) 안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억지로 잠을 재우기 위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께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가 즉시 현장에 출동했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잠이 든 아이를 깨워보니 숨을 쉬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 등을 상대로 관리·감독을 충실히 했는지, 다른 아이에게도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밝히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날 오전 강서경찰서와 해당 자치구 직원들은 다른 원생들에게도 학대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또 경찰은 원장을 비롯해 교사들을 소환해 사건 발생 당시 상황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계자 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는 대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이 어린이집이 이전에는 아동학대와 관련해 신고가 들어오는 등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해당 어린이집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어린이집으로 보육교사는 원장을 포함해 11명, 원생은 25명이다. 긴급체포된 김씨는 이 어린이집 원장과 쌍둥이 자매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해당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들이 출근해 일부 원생들을 돌보고 있었지만 사실상 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를 맡기러 왔다가 '오늘은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게 좋겠다'는 어린이집 측의 만류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또 아침 일찍 아이를 맡겼다가 다시 데리러 오는 학부모들도 보였다.
4살 아들과 함께 어린이집에 들른 한 남성은 "이곳 어린이집이 평판이 좋은 곳이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당분간은 아내와 일정을 조율해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은 종합평가서에서 "법적 사항을 대체로 준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재원과 관련해서는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 2016년 10월 충북 제천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보육교사가 세 살배기 원생을 강제로 재우려다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팔과 다리로 한동안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이불을 얼굴까지 덮는 등 강압적으로 재우려고 하다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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