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국가기관들 "나몰라라"…미발급 책임 서로 떠넘겨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지성림 기자 = 정부가 2016년 4월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소재 북한 류경식당에서 일하다 우리나라로 입국한 여종업원들의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대한민국에 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여종업원들의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인권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의 국내 입국 직후부터 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한 관계자는 19일 "류경식당 지배인 허강일 씨에게만 여권을 발급해줬을 뿐 여종업원 대부분은 여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여권 발급을 신청하면 번번이 거부당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 여종업원은 세 차례나 구청에 여권 발급을 신청했는데 안 나왔다고 했다"며 "여권이 안 나온 이유를 구청에 물었더니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이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여권 발급을 세 번씩이나 거부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한 여종업원은 방학 기간 중국에서 열리는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여권이 없어서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 관계자는 "일부 여종업원들이 우리를 만나기 이전에 여권 발급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직접 진정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국가인권위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진전이 없어 우리가 조만간 행정소송을 제기하려 한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여종업원들이 여권을 발급받지 못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관련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변 등에 따르면 구청에 이유를 물으면 경찰에 물어보라고 하고, 경찰에 이유를 물어보면 '국정원이 여권 발급을 막고 있다'고 대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국내 입국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자신들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여종업원의 여권 발급과 관련한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고 개인정보여서 확인할 수 없다"며 "담당 기관에 문의해보라"고 대답했다.
2006년에 한국에 입국한 한 탈북민은 "우리는 하나원에서 나오자마자 구청에 가서 여권을 신청했는데 바로 나오더라"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은 주면서 여권 발급과 해외여행의 자유와 같은 초보적인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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