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닫으면 혼나요"…무더위에 문 열고 에어컨 '펑펑'

입력 2018-07-19 11:47  

[르포] "닫으면 혼나요"…무더위에 문 열고 에어컨 '펑펑'
부산 남포동·대구 동성로 '개문냉방' 여전…"고객 줄어들까 우려"

(부산·대구=연합뉴스) 차근호 김용민 기자 = "전기 절약요? 문 닫으면 혼나요."
부산에 폭염특보가 8일째 이어진 지난 18일 중구 남포동의 한 여성 의류판매장.
외국인 손님이 매장을 나서며 문을 닫자 아르바이트생이 곧장 나와 문을 다시 활짝 열어젖혔다.
강하게 켜둔 에어컨 덕분에 시원해진 실내 공기가 문밖으로 그대로 새나갔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르바이트생 최모(20·여)씨는 "처음 일할 때 문을 굼뜨게 열었다가 혼났다"면서 "사장님이 가게 둘러보실 시간 되면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문냉방' 영업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오후 2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는 광복로 200여m 구간을 관찰했다.
건물 1층에 있는 150여 개의 상가 중 80%는 문을 열어둔 채로 냉방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나마 문을 닫고 냉방하는 매장은 편의점이나 휴대전화 대리점이었고, 의류·화장품 판매장은 수십 곳 중 문을 닫은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일부 대형 의류 매장에는 셔터만 있고 출입문 자체가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문을 열고 냉방하는 매장 가운데 외부 공기와 내부 공기를 차단하는 '에어커튼'을 설치해 전력 낭비를 막는 곳도 있었지만, 해당 설비가 없는 곳이 더 많았다.


'인형뽑기방'으로 불리는 무인점포에도 이용객은 한 명도 없었지만, 에어컨이 켜진 채로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이날 낮 기온이 35도를 넘긴 대구 동성로에서도 문을 열고 냉방 하는 점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계도 대상인 40여 곳의 옷가게 중 30여 곳 이상에서 문을 열고 냉방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지난해 대구시의 계도활동 때도 개문냉방을 하다 적발된 곳이 35곳에 달했다.
출입문을 열고 냉방기를 가동하면 전력이 최대 3∼4배 이상 더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인들은 출입문을 여닫는 게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남포동의 한 구두 판매장 관계자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면 손님들의 방문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매출이 이전보다 최대 50% 정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동성로의 한 의상실 주인도 "길을 지나다가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가게로 구경삼아 일단 발을 들여놓는 손님 숫자를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개문냉방의 원인으로 상업용 전기요금 단가가 가정용보다 훨씬 낮고 누진요금도 적용되지 않는 점이 꼽힌다.
여기에 느슨한 단속도 한몫한다.
개문냉방 단속은 전력예비율이 위험 수준에 다다랐던 지난 2012년부터 5년간은 연속으로 이뤄졌지만, 지난해에는 전력 사정이 좋아진 덕분인지 계도활동만 했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전력 사정에 따라 단속이 들쭉날쭉해서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의 한 공무원도 "에어커튼을 설치하거나 비닐 막이라도 설치해서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라고 권유하지만, 화를 내거나 '우리도 좀 살자'는 상인들의 하소연만 돌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 최성필(34)씨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서 정전 등이 발생하면 그 부담은 모두 우리에게 돌아온다"면서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배려하는 차원에서 문을 닫고 영업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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