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등 중증환자 고통 다룬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 관객 몰려
中 정부, 항암제 의료보험 적용 확대 등 대책 마련 부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비싼 약값으로 고통받는 암 환자들을 다룬 중국 영화가 흥행몰이에 성공하자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직접 나서 약값 인하를 약속했다.
1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공개석상에서 지난 5일 개봉해 흥행 1위를 달리는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를 언급하면서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암 등 중증 질환자가 돈이 없어 약을 못 사는 현실에 대한 호소는 약값 인하와 공급 확대의 시급성을 반영한 것"이라며 각 정부 부처에 관련 대책을 마련해 신속히 집행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암 환자에게 시간은 생명과 같다"며 "관련 대책을 확실하게 집행해 인민이 그 효과를 실감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객 수가 3천만 명에 육박한 영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의 티켓 판매 수입은 26억 위안(약 4천300억원)으로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에서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던 주인공 청융은 골수암 환자의 부탁으로 돈을 받고 인도산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복제약)을 들여와 떼돈을 벌다가, 제약업계 압박에 판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결국, 복제약 판매가 중단되고 처음 약을 구해 달라던 환자가 약값을 대지 못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한 주인공은 복제약 판매를 재개했다가 체포돼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장쑤(江蘇) 성에서 섬유 기업을 운영하던 루융(陸勇)은 백혈병 진단을 받고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글리벡'을 복용하지만, 한 상자에 2만3천 위안(약 390만원)에 달하는 비싼 약값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이때 효능이 비슷한 인도산 복제약의 가격이 4천 위안(약 67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돼 이를 복용하다가, 비슷한 처지의 다른 환자들을 위해 약을 대신 사주게 됐다.
이들의 공동구매 후 인도산 복제약의 가격은 200 위안(약 3만3천원)까지 떨어졌고, 루융은 '의약 협객'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중국 검찰은 허가받지 않은 약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루융을 기소했지만, 그의 대리구매로 혜택을 본 수많은 환자가 탄원서를 내자 검찰은 기소를 취하했고 루융은 2015년 1월 석방됐다.
이는 중국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준 사건으로 당시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제약업계의 항암제 개발 역량이 부족해 수입산 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자국 제약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수입 규제로 외국 항암제의 수입이 지연되기 일쑤고 약값도 매우 비싸다.
영화 흥행으로 사회적 논란이 다시 커지자 중국 정부는 약값 인하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입산 항암제에 붙던 관세를 없애고 부가가치세를 낮췄으며, 의료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항암제 범위를 확대했다. 제약회사와의 협상을 통해 약품 가격도 낮출 방침이다.
전자상거래 등을 활용해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는 데도 힘을 쏟고 있으며, 혁신 신약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명보는 "정부가 약값 인하 정책을 추진하지만, 기득권 집단의 저항에 부딪혀 유명무실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 정부의 대책이 실효성을 거둘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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