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환 약정대로 돌려줘야…서울대, 분실 아닌 폐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서울대가 인터넷 경매업체를 상대로 1970년대 분실된 대전회통(大典會通)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이일염 부장판사는 서울대가 K사를 상대로 낸 대전회통 인도 소송에서 19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대 측은 2016년 10월 한 졸업생의 제보로 서울대 법학도서관이 소장하던 대전회통 6권 5책이 인터넷 예술품 경매사이트인 K사 홈페이지에 매물로 올라온 사실을 확인했다.
대전회통은 고종 2년(1865년)에 편찬된 조선 시대 마지막 통일 법전으로, 서울대 법과대학의 전신인 '법관양성소'에서 교재로 사용한 책이다.
매물로 나온 책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도서관' 직인이 찍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서울대는 K사에 경매 중단을 요청하는 한편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K사는 대전회통을 경매 의뢰인과 상의해 직접 반환하도록 하거나, 직접 구매해 서울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서울대는 K사에 '대전회통이 서울대에 도착하면 K사는 (서울대에) 관련 고소를 취소해 줄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반환약정서 초안을 보냈고, K사는 이에 날인했다.
하지만 K사는 다시 "도난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의 협박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약정서를 작성했던 것이므로 무효이며, 경매 의뢰인 이모씨가 서울대가 버린 물품을 정당하게 수집한 것으로 기증할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작년 1월 K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서울대가 현재까지 대전회통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해 왔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경매 의뢰인 이씨가 1976년께 고서 판매점에서 문제 없이 구입한 것으로 봤다.
서울대는 규정상 자료를 이관·폐기 등을 할 경우 도서 원부에 기록하게 돼 있는데 원부상에 들어온 기록은 있지만 나간 기록은 없다며 대전회통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분실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규정은 이씨가 대전회통을 구입한 지 수십년 후에 제정된 것에 불과하며, 서울대 전수 조사 결과 원부에 기재된 책 중 약 8만8천권이 서고에 존재하지 않는 점에 비춰 분실이라기 보다는 서울대가 캠퍼스를 이전하면서 소장하던 자료를 폐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울대와 K사 사이에 맺은 약정에 따라 K사가 대전회통을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반환약정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가 처음부터 범죄로 입건될 수 없음을 알고서도 숨기고 K사로부터 약정을 받아내고자 도난신고를 하면서 피고를 협박했고, 그 취소를 조건으로 제시해 공포감에 사로잡힌 K사가 약정서에 날인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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