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파문으로 망신살 헌츠먼 주러 대사

입력 2018-07-19 16:56  

트럼프-푸틴 파문으로 망신살 헌츠먼 주러 대사
측근들로부터 사임 권유 쇄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헬싱키 기자회견 파문으로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 대사가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그는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2016 미 대선 개입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막상 회담 후 회견에서 푸틴 편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푸틴 두둔 발언에 엄청난 파문이 일자 곧 이를 번복했으나 헌츠먼 대사는 이미 자신의 건의가 묵살당하면서 평판에 큰 손상을 입었다.
헌츠먼 대사의 전직 동료들과 가족들까지 '트럼프 휘하에서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대사직을 때려치우라는 권유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온라인매체 허프포스트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2012년 그의 공화 대선캠프에서 일했던 정치컨설턴트 존 위버는 트윗을 통해 "조금이라도 명예가 있다면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헌츠먼 대사의 형제가 발행하는 솔트레이크 트리뷴의 한 칼럼니스트는 "대통령이 아니라 졸(卒)을 위해 일하고 있다"면서 "집에 돌아올 시기"라고 지적했다.
헌츠먼 대사의 딸로 보수 매체 폭스뉴스 앵커로 일하고 있는 애비 헌츠먼도 "자국민과 조국을 내던지는 협상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트럼프 발언을 혹평했다.
중국과 싱가포르 대사, 유타주 지사 등 화려한 공직경력을 가진 헌츠먼 대사는 수십 년간 공직 생활을 통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공화 정치인으로 평판을 다져왔으며 2016년 대선 직전 이른바 할리우드 테이프 스캔들이 터지자 트럼프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이 헌츠먼을 러시아 대사로 발탁하자 의외라는 시선이 쏠렸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와의 관계로 세간의 주시를 받고 있던 만큼 러시아 대사는 그에게 핵심 포스트였다.
바로 두 달 전 트럼프 선거 캠프의 러시아 유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로버트 뮬러 특검이 임명된 상황에서 헌츠먼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정치적 방패막이와 같은 것이었다.
헌츠먼 대사는 또 상원 인준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의 대선 개입 사실을 인정해 민주, 공화 양당으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며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등 사태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처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헌츠먼 대사의 입장이 트럼프의 러시아 정책에서 사실상 배척당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만큼 그의 오랜 정치적 동료와 측근들이 더는 트럼프와 어울려 평판을 훼손하기 전에 사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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