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중국 고위 관리가 자국산 컴퓨터와 서버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칩 중 95%는 수입 제품이라고 '고백'했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궈빈(辛國斌)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베이징에서 학계 전문가, 산업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포럼에서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보다 수십 년 뒤처졌고, 강력한 제조업 국가로 가는 길은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성급하게 '중국 굴기'(中國堀起)를 선언해 미국의 견제를 불러왔다는 자성론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덩샤오핑(鄧小平) 시대부터 중국은 조용히 때를 기다라면서 힘을 키운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를 대외 정책의 기본 방침으로 고수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후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세적·팽창주의적인 대외 정책이 구체화하면서 중국 외교 정책의 기본 방향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올해 발생한 'ZTE 사태'로 많은 중국인은 미국과의 엄연한 국력의 격차를 고스란히 체감했다.
이란·북한과 거래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퀄컴 등 자국 기업과 거래를 중단시키자 거대 스마트폰 제조사 ZTE(중싱<中興>통신)는 CPU 등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도산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이후 미국 정부의 '선처'로 기사회생하기는 했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인 ZTE가 미국 정부에 1억달러의 벌금을 내고 경영진을 전원 교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중국은 휴대폰, 컴퓨터 제조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거의 수입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수입한 반도체로 제조하는 휴대전화, 컴퓨터 등 하드웨어 수출액은 2016년 기준 2천270억달러(약 257조5천억원)로 전체 중국 수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원유 수입액보다도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이 '반도체 주권' 확보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은 IT, 우주, 전기자동차, 생명공학 등 10개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로 첨단 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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