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싱가포르에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 건설 연기' 제안

입력 2018-07-20 10:04  

말레이, 싱가포르에 '동남아 첫 국가간 고속철 건설 연기' 제안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시아의 첫 국가간 고속철로 주목받았던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도(HSR) 사업을 추후 여건이 될 때까지 연기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로 했다.
20일 일간 더 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HSR 사업을 연기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가부채 감축을 위해 해당 사업을 취소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문제는 일방적으로 (싱가포르와의) 협약을 깨뜨릴 경우 많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HSR을 건설하지 않겠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지만, 현재는 (사업을 추진할) 자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모하멧 아즈민 알리 말레이시아 경제부 장관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관련사항을 논의하고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즈민 장관은 "말레이∼싱가포르 고속철은 나중에는 실현 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고, 그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 우선순위는 막대한 정부부채를 어떻게든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총선에서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 신정부는 전 정권이 1조873억 링깃(약 303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7천억 링깃(약 195조원) 내외로 축소·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재정긴축을 위해 HSR 건설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가 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 지금껏 지출한 비용을 전액 위약금으로 받아내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HSR 사업 추진을 위해 올해 5월까지만 2억5천만 싱가포르 달러(약 2천7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교통부 대변인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달 31일까지 관련 논의를 위한 날짜를 잡자는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조만간 양국이 고속철 사업 중단 혹은 연기 여부에 대한 협상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총사업비가 600억 링깃(약 16조7천억원)으로 추산되는 HSR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고속철 건설사업이다. 전체 길이는 350㎞로 말레이시아 구간이 335㎞, 싱가포르 구간이 15㎞가 될 예정이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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