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도 현장 출동하는 소방관들…탈수·탈진 위험 노출
교통경찰도 더위와 사투…"아스팔트에 서면 구두 녹는 느낌"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최평천 기자 = "한여름에 불 속으로 들어가면요? 사우나보다 더 뜨겁다고 할 수 있죠."
서울 한낮 기온이 30도를 훨씬 웃돈 20일, 서울 관악소방서 소속 최선우 소방교는 오전부터 5층 건물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무더위에도 방화복을 포함해 20㎏가량 되는 장비를 착용하니 5층까지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소방관이나 일선 경찰관처럼 시민 안전을 위해 어느 때건 현장으로 뛰어나가야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혹서기라는 계절 요소가 별 의미 없다. 화재나 교통사고 등 각종 돌발상황은 계절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한여름 개인 장비를 착용하고 진화작업 등을 수행할 경우 체온이 43도까지 올라간다. 폭염에도 방화복 등 장비를 착용하지 않을 수는 없어 열사병이나 탈진 등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최 소방교는 "겨울에도 방화복을 입고 조금만 움직이면 땀이 나는데, 여름에는 입자마자 땀이 흐른다"며 "시민 안전을 위해 매뉴얼대로 장비를 착용해야 하니 덥다고 줄일 수도 없고, 평소 체력관리 외에 폭염 대비책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출동을 다녀오면 땀에 젖은 속옷을 갈아입지만, 샤워는 마음 놓고 할 수 없다. 머리에 한참 비누 거품을 내고 씻는 도중 출동 지령이 내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통상 소방관들은 근무가 끝나고서야 샤워장에 들어간다고 한다.
"출동을 다녀와도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에서 마냥 쉬는 것은 아닙니다. 장비를 세척하고 호스도 건조해야 하죠. 주간에는 훈련과 행정업무가 있어 출동이 없다고 그냥 쉬고 있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요."
서울소방본부는 이처럼 열악한 일선 소방관들의 건강을 우려해 폭염 대비 건강관리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현장 대원들이 탈수나 탈진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충분한 식수를 공급하고, 현장 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체온과 혈압 등을 체크하는 한편 심신안정실을 적극 이용하도록 권장한다.
교대근무나 현장 출동 상황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점검한 뒤 이상이 발견된 직원은 현장 투입에서 제외한다. 지휘차량에는 아이스박스와 얼음물, 식염포도당정 등을 갖추고, 필요한 경우 폭염 구급차도 배치한다.
혼잡구간 교통정리와 단속 등을 담당하는 외근 교통경찰관도 폭염을 온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대표 직종 가운데 하나다. 달아오른 아스팔트 열기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도로 위에 서 있으면 "구두가 녹는 느낌"이라고 한다.
경찰청의 '혹서기 교통경찰 근무지침'은 기상청 더위체감지수가 28을 넘으면 현장 고정근무를 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도로가 혼잡하거나 꼬리물기가 심해 단속과 정리가 필요한 곳에는 교통경찰관이 출동해야 한다. 이날 오후 서울지역 더위체감지수는 28을 넘은 '위험' 수준이다.
서울 관악경찰서 소속 강동희 경장은 "교통정리를 하다 보면 등에서 땀이 흐르다 못해 몸에서 모든 수분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교통정리를 나가면 그늘에 서 있을 수 없어 무더위로 체력이 금방 소진된다"고 말했다.
혹서기 교통경찰관을 힘들게 하는 요인은 폭염 그 자체만은 아니다. 차를 몰고 도로로 나섰다가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시민들도 더위와 높은 불쾌지수에 시달린 나머지 경찰관에게 짜증을 내는 빈도가 평소보다 높다고 한다.
"불쾌지수가 높아서인지 폭염 때는 시민들이 교통경찰관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실 그게 더위보다 더 힘들어요. 경찰관도 사람인지라 불쾌지수가 높으면 같이 짜증 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어 친절히 응대해야 하죠."
강 경장은 "수분 섭취를 많이 하는 것 외에 더위를 이길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다"면서도 "덥다고 출동을 안 나갈 수는 없지 않나. 덥더라도 경찰이 필요한 곳에는 신속히 출동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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