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육지가 함께 만든 최고 걸작품
(무안=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갯벌은 풍요롭다. 게, 망둥이, 짱뚱어, 낙지, 조개, 고둥, 갯지렁이 등 수많은 생명체가 뻘밭에 뒤섞여 살아간다. 새들은 이들 생명체로 배를 채우고, 사람은 갯벌의 풍요를 거둬 일용할 양식으로 삼는다.
무안갯벌은 신안군 지도, 증도, 임자도로 가는 길목인 무안군 해제면 동쪽 해안에 위치한다. 맞은편으로 멀리 함평의 해안선이 가로막고 있어 바닷물이 들면 호수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북쪽 함평만 입구로는 바닷물이 드나든다. 지금 그곳에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해제면과 영광군 염산면을 잇는 칠산대교가 건설되고 있다.
무안갯벌은 약 3천 년 전 해수면이 상승해 함평만 안쪽의 무안 연안까지 바닷물이 파고들며 형성되기 시작했다. 무안 연안은 만(灣)의 입구가 좁고 안쪽이 넓은 지형이어서 갯벌이 발달하기 좋았다. 밀물과 썰물은 하루 두 번씩 무안 연안에 바다로부터 실어온 부유물을 쌓았고, 강과 하천은 육지에서 흙과 부유물을 실어왔다. 퇴적물은 1년에 0.5~2㎜씩 쌓이며 아주 천천히 갯벌을 만들어갔다. 파도가 잔잔한 곳에는 펄 갯벌이 발달했고, 차가운 겨울 북서풍의 영향을 받은 남동쪽에는 모래 함량이 높은 갯벌이 생겨났다.
밀물 때 바다가 되고 썰물 때 육지가 되는 땅에는 갯벌에 적응한 생물이 터전을 이뤄 살아가고,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곳에는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뤘다. 그리고 이를 먹이 삼아 물새가 찾아들었다. 무안의 비옥한 황토는 갯벌로 유입되며 더 깨끗하고 건강한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를 만들었다. 넓이 42㎢의 무안갯벌은 2001년 국내 최초 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2008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같은 해 국내 최초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 갯벌 생물의 파라다이스
갯벌 탐방은 무안갯벌도립공원에 들어선 무안황토갯벌랜드에서 하면 된다.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 탐방로와 갯벌체험학습장이 마련돼 있다. 배후지에 생태갯벌과학관, 분재테마전시관, 황토이글루, 캐러밴, 오토캠핑장, 황토찜질방이 들어서 있다. 하룻밤을 보내며 갯벌을 배우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갯벌테마파크다.
탐방로로 접어들자 '흰발농게 서식지 보전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농게는 수컷의 집게다리 한쪽이 커다란 것으로, 흰발농게는 집게다리가 하얀 종을 말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돼 있다. 표지판 뒤 모래가 섞인 황톳빛 갯벌로 눈길을 돌리자 하얀 밥알이 흩뿌려진 듯한 광경이 관찰된다. 바로 흰발농게다. 커다란 흰색 집게발을 올렸다 내리는 모습이 결투를 신청하는 투사 같다.
갯벌 안쪽에는 붉은 빛깔 일반 농게들이 살고 있다. 칠게와 망둥이, 짱뚱어, 둥근얼룩총알고둥이 함께 서식한다. 보이지 않지만 무안의 특산물인 낙지도 있다. 칠게는 다리를 한껏 곧추세워 등딱지가 마르도록 일광욕을 즐기고, 망둥이와 짱뚱어는 물기가 마를 새라 물이 고인 곳에서 몸을 뒤집는다. 딱총새우는 '딱~궁' 하는 소리를 내며 존재를 알린다. 하지만 갯벌 생물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잽싸게 모습을 감추거나 멀리 달아난다.
민미경 해설사는 "한 곳에 가만히 멈춰 서서 조용히 있으면 게, 망둥이, 짱뚱어가 갯벌 위로 나와 움직이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멀리서는 노랑부리백로와 왜가리, 검은머리물떼새가 바지락, 굴, 게 등으로 배를 채우기 위해 갯벌 속을 기웃거린다. 무안갯벌에는 도요새, 물떼새, 백로, 왜가리, 오리 등의 철새들이 계절을 달리해 찾아든다.
민 해설사는 "검은머리물떼새는 바지락이나 굴을, 알락꼬리마도요는 칠게를 가장 좋아하는데 펄이 묻어 있으면 물에 씻어 먹는다"고 말했다. 특히 "알락꼬리마도요는 부리로 집은 칠게를 흔들어서 다리를 떼어낸 후 물에 씻어 먹는다"고 설명했다.
갯벌에는 대표적인 염생식물인 칠면초 군락이 붉게 펼쳐져 있다. 1년생으로 태어나서 소멸할 때까지 다양하게 색깔이 변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흔히 8~9월에 꽃이 피고 10월이면 자주색으로 변했다가 사라지는데 이곳 칠면초는 칠산바다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강해 9월이면 모두 소멸한다고 한다.
썰물의 시간이 지나고 밀물이 갯벌을 침범하면 갯벌을 터전으로 삼은 생물들은 다음 썰물을 기다리며 자취를 감춘다. 어떤 것들은 바닷물을 피해 탐방로나 계단 위로 오르기도 한다. 갯벌에서 유일하게 남은 육지인 탐방로는 갈매기의 차지가 된다.
◇ 생명 꿈틀대는 갯벌의 아침
해 뜰 무렵, 무안갯벌은 다시 바다 너머 육지에 닿을 듯 광활한 속살을 드러내 보였다. 시커먼 갯벌 사이로 난 뱀장어 같은 물길은 태양의 기운을 받아 은은한 금빛으로 반짝였다. 농게, 칠게들은 뻘밭 위를 질주하거나 몸을 곧추세우고 아침 체조를 하고, 새들은 우아하게 날갯짓을 하며 아침거리를 찾았다. 이내 태양이 높이 떠오르고 수많은 생명체로 뒤덮인 뻘밭이 다시 펼쳐졌다. 탐방로에는 밀물 때 올라온 수많은 둥근얼룩총알고둥이 발 디딜 틈 없이 바닥에 붙어 있었다. 멀리에서는 아주머니들이 뻘밭 위를 옮겨 다니며 조개, 게 등을 거둬들였다.
무안황토갯벌랜드의 생태갯벌과학관은 필수 방문지이다. 무안갯벌에 서식하는 농게와 칠게를 비롯해 엽낭게, 도둑게, 쇠스랑게 등 살아있는 게를 볼 수 있다. 갯벌의 생성 과정과 갯벌 동식물의 식생, 공생관계 등을 모형, 사진, 영상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조류관찰대와 망둥이, 숭어 치어를 볼 수 있는 수조도 있다. 생태갯벌과학관 옆에는 분재테마전시관도 있다. 해제면은 국내 분재 생산의 50%를 담당하는 최대 생산지이다. 이곳 출신 분재전문가 고 문형렬 씨가 기증한 다양한 모양의 분재를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무안갯벌 남쪽으로 차로 10분 거리의 현경면에는 홀통해수욕장이 있다. 유료로 야영할 수 있는 울창한 곰솔이 있다. 수심이 얕고 바다가 잔잔해 가족 피서지로 좋다.
◇ 무안황토갯벌랜드 이용 정보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에 휴관한다. 입장료는 어른 4천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2천원. 숙박시설 이용객은 무료다. 갯벌체험은 5~11월 물때에 맞춰 1일 2회 갯벌학습체험장에서 무료로 운영된다. 체험시간은 30~60분. 굴 껍데기나 따개비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장화나 두꺼운 양말은 개별 준비한다. 황토이글루와 황토 움막, 캐러밴, 방갈로, 오토캠핑장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getbol.muan.go.kr ☎ 061-450-5631~4
◇ 주변 둘러볼 곳
▲ 회산백련지 = 무안 일로읍 복용리 회산마을에 있는 동양 최대의 백련 자생지. 7월부터 연잎이 연못을 덮기 시작해 3개월간 둘레 3㎞, 면적 33만㎡의 연못을 빼곡하게 채운다. 주먹만 한 하얀 연꽃이 피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시연, 어리연, 개연, 물질경이 등과 붕어, 잉어, 가물치, 매기 등 토종 물고기가 살고 있다. 8월 9~12일에는 연꽃축제가 열린다. 입장료는 어른 4천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1천500원 ☎ 061-285-1323
▲ 밀리터리 테마파크 = 무안 출신 옥만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사재를 들여 폐교 대지에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군용기, 세계 항공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탱크와 비행기를 조종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체험장, 무기전시장, 스크린 사격장, 적성물자전시실, 유격 훈련 체험장을 갖췄다. 입장료는 어른 3천원, 청소년·어린이 1천원 ☎ 061-452-3055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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