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의 과학돋보기] '수학·과학 축소' 수능 개편 신중해야

입력 2018-07-22 08:00   수정 2018-07-24 11:46

[이주영의 과학돋보기] '수학·과학 축소' 수능 개편 신중해야
<YNAPHOTO path='C0A8CA3D00000164CA21DD9900033F3D_P2.jpeg' id='PCM20180724002404017' title='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로고' caption='[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웬만해선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
'교수'와 '연구원'이라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에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보았을 '과학자'로 불리는 그들 얘기다.
사회문제 등 자신들의 학문 영역과 직접 큰 관련성이 없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학기술계 안팎에서는 '웬만해서 그들을 움직일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곤 한다.
그런데 최근 그들이 스스로 뭉치고 움직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의 문을 두드리고 온라인 서명운동을 하며 한목소리를 낸다.
참여 단체들의 면면은 더욱 놀랍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학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한림원, 공학한림원, 의학한림원, 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공과대학장협의회,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약학교육협의회, 기초과학학회협의체, 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 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등 자연과학에서 공학, 의학, 교육학까지 각종 학회를 아우르는 13개 학회·대학 연합체가 모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모으고 행동하게 만든 것일까?
이들은 정부에 "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공계열 지원자 대상 과목에 '기하'와 '과학Ⅱ'를 포함하라"고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6월 29일 교육부 대입정책포럼에서 나온 '2022학년도 수능과목 개편안'이다.
수학영역은 문·이과를 나눈 '분리출제' 형식을 버리고 공통과목과 필수선택과목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공통과목 출제범위는 수학Ⅰ과 수학Ⅱ, 선택과목은 '확률과 통계' 또는 '미적분'이다.
2021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돼온 '기하'가 제외되기 때문에 2022학년도 수능 응시자 중 이공계열 희망 학생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셈이다.
개편안 발제자는 출제범위가 늘어 학생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고, 문·이과 통합이라는 새 교육과정 취지와 공교육 정상화 필요성을 고려해 개편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2 수능에서 수학·과학 바로 세우기' 온라인 서명운동(https://answer.moaform.com/answers/EAALqE/page?rid=Xk-sQXFtk1z9itDIpausHA)에 나선 13개 학회·대학 연합체는 개편의 기대효과보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나 크고 명확하다며 절대 시행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과학, 공학, 의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수능을 준비할 때 기하, 확률과 통계,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는 것이 달콤한 사탕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는 대학 진학 후 전공 공부에서는 악몽이 될 수 있다.
대학 신입생들의 이공계 기초소양 부족은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대 공대가 내년부터 신입생 중 고등학교 때 물리Ⅱ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물리학 기본'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규정을 바꾼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교육과정이나 수능 개편 논의에서는 교육의 본질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이를 사교육 성행 등을 바로잡는 수단으로 삼으면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학생들이 배우기 어려워하고 난도 높은 문제 내기가 좋은 내용을 수능에서 제외해 학업 부담을 덜어주고, 완전히 다른 방향의 미래로 나아갈 학생들에게 문·이과 통합 취지라며 같은 내용을 가르치면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이 정상화될까?
교육과정이나 수능 개편의 효과나 부작용은 긴 시간이 지난 후에나 나타난다. 일단 시행되면 적용받는 학생들이 입는 피해는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
또한, 개편 방향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며 이에 맞는 인재양성을 부르짖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는 창의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교육과정이나 수능 개편 방향은 이런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맞춰져야 하며 수학과 과학은 이런 인재가 갖춰야 할 기초소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과학 축소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 그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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