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국민 "몬테네그로 홍보하는 계기 되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몬테네그로의 공격적 국민성으로 인해 3차 세계대전이 촉발될 수 있다는 취지가 담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으로 뜻하지 않게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된 발칸 반도의 소국 몬테네그로가 대응에 나섰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반박하는 공식 성명을 내고 몬테네그로는 평화 정책을 지향하며, 역내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몬테네그로는 역사적으로는 유럽에서 파시즘에 가장 먼저 저항한 나라다. 또한, 오늘날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새로운 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등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아울러 "몬테네그로와 미국 사이의 우의와 동맹은 강력하고, 항구적"이라며 미국과의 흔들림 없는 연대도 강조했다.
정부는 또 "작금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나라의 크기가 아니라, 특정 국가가 자유와 연대, 민주주의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느냐"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난해 (나토에) 가입한 몬테네그로가 공격을 받았다고 치자. 왜 내 아들이 몬테네그로를 방어하기 위해 가야 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무슨 말 하는지 안다. 나도 같은 질문을 해왔다"며 동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아가 "몬테네그로인들은 매우 강한 국민이다. 공격적인 국민"이라며 침공을 받을 경우 "그들은 공격적이 될 수 있다. 축하한다. 3차 세계대전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몬테네그로의 개별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이를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공동으로 방어해야 한다는 집단안보 원칙을 담은 나토 조약 5조를 문제 삼은 것으로 여겨진다.
주몬테네그로 미국 대사관도 이날 "미국은 몬테네그로를 '우방'이라고 부르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 파문 진화에 나섰다.
옛 유고 연방의 일원으로 1990년대 발칸 반도를 휩쓴 내전의 상흔을 지닌 몬테네그로 국민 역시 트럼프의 발언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인구 62만 명의 소국에, 2천 명도 안 되는 군인을 둔 몬테네그로가 3차 대전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말한 트럼프의 인식에 대다수 국민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수도 포드고리차의 연금생활자인 슬라브카 코바체비치(58)는 AP통신에 "트럼프의 발언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며 "그의 발언은 아마 몬테네그로를 홍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게 뻗어있는 아드리아 해변을 자랑하는 몬테네그로는 현재 관광업을 주요 산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를 고려할 때 트럼프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몬테네그로 전 의회 의장인 랑코 크리보카피치는 "트럼프의 발언이 단지 실수이길 바란다"며 "몬테네그로가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헬싱키 회담에서 의제로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계했다.
몬테네그로는 나토 가입을 앞두고 2016년 11월 실시된 총선 직전, 총리를 암살하고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쿠데타 음모를 적발했는데, 당시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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