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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올여름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 베일을 벗었다. 일본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원작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겨 제작 단계서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20일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인랑'은 원작의 뼈대를 살리면서도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더해져 '김지운표 영화'로 재탄생했다.
조직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본성조차 지워버리고 늑대의 야성만 남도록 길러진 인간 병기와 또 다른 조직에 소속된 한 여성의 멜로와 국가기관 간 암투가 주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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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남북한이 통일준비를 시작한 2029년. 영화는 장밋빛 미래가 아닌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남북한이 통일 강국이 되는 것을 우려한 주변 열강들의 경제 제재로, 사회는 대혼란에 빠진다. 반통일단체 섹트가 등장해 반정부 시위와 테러를 주도하고, 이에 정부는 경찰 조직 특기대를 테러 진압에 투입한다.
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은 지하수로에서 폭탄을 운반하던 섹트 소속 빨간 두건 소녀와 맞닥뜨리지만,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소녀는 자폭하고 만다.
또 다른 국가기관 공안부는 특기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이때를 틈타 특기대를 아예 없애려는 음모를 꾸민다. 테러 진압 임무에서 배제된 임중경은 빨간 두건 소녀의 유품을 전달하기 위해 소녀의 언니 이윤희(한효주)를 만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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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랑'은 공개되기 전부터 '장르가 비주얼'이라는 말이 나왔다.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최민호 등 한국의 대표 미남미녀 배우들이 총출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배우뿐만 아니라 이 영화가 가장 공들인 부분도 '비주얼'이었다.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을 통해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만듦새를 보여줬던 김지운 감독은 이번에도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치밀하면서도 세련되게 설계된 액션과 미장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초반 대규모 시위 장면과 거대한 미로 같은 지하수로에서 강화복을 입은 특기 대원들이 전투를 벌이는 대목은 원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광화문 시위 현장은 700평 규모의 부지 위에서 재현했고, 지하수로는 1천 평 규모의 세트를 지어 구현했다고 한다. 강동원은 무게가 30㎏이 넘는 강화복을 입고도 절도 있고 현란한 액션을 선보인다. 여기에 자동차 액션, 고공 낙하 등 원작에 없는 장면까지 넣어 화려한 액션의 향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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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기면서 몇몇 새로운 인물을 더했다. 결말도 새롭게 바꿨다. 원작의 묵시록적인 느낌과 비극적 사랑을 인상 깊게 본 팬들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이야기는 풍성해진 동시에 한층 복잡해졌다. 권력기관 간의 피 말리는 첩보전에, 이윤희의 옛 친구 구미경(한예리)과 특기대 핵심대원 김철진(최민호) 등 조연 캐릭터가 더해져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간다. 원작을 보지 못했다면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김지운 감독은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새로운 해석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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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대목은 있다. 스타일과 액션에 힘을 주다 보니 조직의 임무와 인간의 길 사이에서 갈등하는 임중경의 고뇌가 묵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원작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강동원과 한효주의 멜로 케미도 예상보다 잘 살지 않는다. 쟁쟁한 조연들의 연기는 제각각 훌륭한데, 작품 전체 속에 유기적으로 스며들지는 않는 편이다. 배경 역시 굳이 통일을 준비하는 시대가 아니어도 될 법하게 느껴진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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