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슈퍼파워에 의존할 수 없어"…중도 사임 가능성 부인
내홍 초래한 제호퍼 장관에 간접 경고…9월까지 노후 디젤차 개조문제 결론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부문에서 유럽연합(EU)을 '적'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나는 그런 단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여름 휴가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미국 대통령의 관계를 포함한 대서양 양안 관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고 이를 계속 가꿔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럽은 여러 차례 의견이 달랐으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가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의 슈퍼파워에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EU 간의 무역분쟁과 관련해선 "양측 다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인 번영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월 4번째 총리직을 맡은 메르켈 총리는 중도 사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법에 정한 대로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대연정 내부에서 난민정책을 놓고 극심한 내분을 빚은 것과 관련해선 내부 논쟁은 필요하지만, 정치인들이 과도한 갈등을 피하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언어는 생각의 표현이므로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면서 "화해는 의견의 차이를 서로 이야기하면서 이뤄질 수 있고, 논의 방식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사회당 대표로 난민 강경파인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과 난민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매듭지었지만, 이 과정에서 제호퍼 장관의 처신이 지나쳤다고 지적한 셈이다.
제호퍼 장관은 장관직 사퇴 카드를 꺼내 들면서 "내 덕에 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해임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한 실언으로 연정 내 사회민주당 측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연립정권이 이번 내분으로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최근 공영방송 ARD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8%가 정부에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다. 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해 15% 포인트나 올라간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미국에 초청키로 한 데 대해선 "양국 정상은 다시 만나야 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노후 디젤차 문제와 관련, 가능하면 운행금지를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노후 디젤차의 개조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9월 말까지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메르켈 총리는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콘텐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고의성이 없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부인 게시글을 차단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독일 내에서는 관련 콘텐츠들을 법적으로 삭제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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