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TF 회장, 부산 세계선수권 '남북 단일팀' 언급 가능성
1991년 지바-5월 스웨덴-코리아오픈 이어 4번째 단일팀 성사 관심
(대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올해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 구성을 주도했던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이 방한하면서 국내에서 처음 개최하는 2020년 부산 세계선수권에서도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할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올해 코리아오픈에서 남북 단일팀이 성사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바이케르트 ITTF 회장은 방한 기간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코리아오픈 남북 단일팀의 의미와 2020년 부산 세계선수권 구상 등을 밝힐 예정이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20일 방한 직후 코리아오픈이 열리는 대전 충무체육관을 찾아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의 안내를 받아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을 비롯한 북한 선수단과 만났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그동안 탁구를 통한 세계 평화와 남북 화해에 기여해온 인물이다.
지난 5월 스웨덴 선수권대회 때 남북 여자대표팀의 단일팀 구성이 바이케르트 회장의 첫 작품이다.
당시 ITTF 기념재단 축하 행사 때 남북 선수가 복식 시범경기에 참가해 호흡을 맞추도록 해 화해 분위기를 만든 바이케르트 회장은 남북이 여자단체전 8강에서 맞붙게 되자 경기 없이 단일팀으로 4강에 나란히 진출할 것을 제안했다.
단일팀은 준결승에서 일본에 막혔지만 4위까지 주는 동메달을 남북의 여자 선수 9명 전원이 받았다.
단일팀 구성은 남북 여자 선수들이 여자단체전에서 힘을 모아 중국의 아성을 허물고 금메달 쾌거를 이룬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27년 만이었다.
바이케르트 회장은 이번 코리아오픈을 앞두고도 북한의 참가를 위해 엔트리 마감 시한을 열흘 가까이 늦춰준 데다, 단일팀이 예상됐던 남녀 복식 외에 혼합복식까지 남북이 함께 참가하도록 했다.
2년 후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최하는 부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남북 단일팀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탁구협회와 부산시는 지난 5월 초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ITTF 총회 때 2020년 세계선수권대회 부산 유치를 끌어냈다. 바이케르트 회장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조양호 탁구협회 회장이 세계선수권 유치에 공을 들인 데다 부산시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통했다.
부산시는 2020년 대회에 북한의 참가를 위해 노력해왔고, 남북 탁구협회와 바이케르트 회장이 부산 세계선수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30여 개 회원국에서 2천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하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인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출전은 대회 흥행을 위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출신으로 2020년 대회 유치에 힘을 보탠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과 현정화 렛츠런 감독도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이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 북한의 리분희와 여자단체전 우승에 앞장섰던 현정화 감독은 "지금부터 2020년 부산 대회에서 단일팀 구성을 염두에 두고 남북 탁구 교류를 확대해갔으면 좋겠다"면서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만나지 못했던 (리)분희 언니와 고향인 부산에서 재회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유남규 감독도 "남북 선수들이 이번 코리아오픈에서 합동 훈련을 하는 걸 보고 27년 전 지바 세계선수권 직전 46일간 합숙 훈련하며 북한 선수들과 땀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게 났다"면서 "2020년 부산 대회에서도 단일팀을 구성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바이케르트 ITTF 회장이 방한 첫 회견에서 2020년 부산 세계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구상을 밝힐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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