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이 영화는 분명히 페미니즘 영화가 맞습니다. 불평등 앞에서 침묵하면 안 된다, 여성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야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남이 듣게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2017년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개봉했을 당시 실신자가 속출했을 정도로 신체 절단 및 관통, 출혈 등 폭력적인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한 '리벤지'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천초이스 작품상'을 수상했다.
22일 수상을 위해 방한한 코렐리 파루자 감독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파루자 감독은 "수상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한국에 처음 왔는데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 영화에는 오로지 5명만 등장한다. 초반에 잠깐 헬기를 몰고 온 인물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등장인물은 4명에 불과하다. 이야기의 무대는 삭막한 사막과 그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화로운 별장이 전부다.
주인공 제니퍼는 유부남 애인 리처드의 사막 여행에 동행한다. 별장에서 그녀는 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리처드와 밀애를 즐긴다.
그러나 리처드의 사냥 친구 드미트리와 스텐이 예정보다 일찍 별장에 도착하면서 그녀의 운명은 크게 뒤틀린다. 스텐은 리처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제니퍼를 강간하고 만다.
리처드는 제니퍼를 달래는 척하다 오히려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고 만다. 남자들은 제니퍼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사냥을 끝내고 뒤처리를 하기로 하지만 제니퍼는 나뭇가지가 복부를 관통하는 중상을 입고도 살아나 탈출을 감행한다.
총을 가진 남자들은 SUV와 오토바이를 끌고 제니퍼를 사냥하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그러나 사막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이들의 힘은 보잘것없는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반대로 제니퍼는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한다.
어느새 남자들과 제니퍼의 처지가 뒤바뀌고 제니퍼는 남자들을 향해 핏빛 복수극을 펼친다.
"사막의 별장은 남성들의 권력과 힘, 부유함을 상징하죠. 하지만 이들이 약해지면서 그들의 세상이 무너지기 시작해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별장으로 돌아가죠. 엔딩 장소로 이곳을 택한 것은 남자들의 세상을 무너뜨리고 제니퍼가 승리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였어요."
파루자 감독은 "제니퍼의 몸은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지만 자신의 신체를 강력하게 사용하면서 새로운 정체성이 부여된다"며 "여성이 자신의 몸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위협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파루자 감독은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로 분류했지만, 강간과 그에 대한 복수, 인간 사냥이라는 주제는 분명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이에 대해 파루자 감독은 "폭력은 하나의 상징"이라고 답했다.
"폭력은 상징이죠. 저는 굉장히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남성 우위 사회에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강하게 말해야 하고 단체로 행동해야지 남성 우월주의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파루자 감독은 "미투를 통해서 이제야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집단으로 내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이 세상에서 안전하고 자유로워야 하며 당연히 남성과 같은 권력과 자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페미니즘의 끝은 모두가 우리의 세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