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여파로 올해 대회 불참…아이 2명 키우며 선수 생활 병행 어려워
(대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불혹의 '수비 탁구 달인' 김경아(41·대한항공)가 현역 선수 생활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경아는 북한의 참가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혼합복식 결승이 열렸던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을 찾았다.
김경아는 관중석에서 장우진(미래에셋대우)-차효심(북측) 조가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하는 장면을 보고 감격했다.
그는 "복식은 무엇보다 오랜 시간 훈련하며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한데 남북 선수들이 짧은 훈련 시간에도 세계 최강 중국을 넘는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뻤다"면서 "단일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경아는 코리아오픈과 인연이 깊다.
2001년 원년 대회 여자단식 준우승자인 류지혜와 2004년 대회 여자복식 동메달을 합작했던 이은실, 석은미 등 국내 공격수들에 밀려있던 김경아는 화려한 커트 묘기를 앞세워 2005년 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선수로는 코리아오픈 단식 첫 우승 순간이었다.
이어 2006년 대회 단식과 복식 모두 동메달, 2007년 단식 동메달, 박미영과 수비수 콤비로 나선 2009년 복식 금메달, 2011년 복식 은메달 등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는 국가대표로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단식 동메달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혼합복식 동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단체전 동메달,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식·단체전 각 동메달 등 괄목한 성적을 거뒀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던 김경아는 소속팀 대한항공 선수로 국내 실업 대회에 꾸준하게 출전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국가대표 상비군 최종 선발전에서 19승 5패의 좋은 성적으로 여자부 전체 3위에 오르며 국가대표로 뽑혀 4월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기도 했다.
불혹의 나이인 데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경아로선 예상하지 못했던 대표팀 복귀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무릎 등의 부상 여파에다 여섯 살 아들 종윤과 네 살짜리 딸 서윤을 키우느라 운동에 전념할 수 없어 대통령기 등 국내 대회에 불참했다.
김경아가 선수 생활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된 이유다.
그는 "선수 생활 동안에 부상을 달고 살았는데 올해는 더욱 힘들었다"면서 "특히 첫째 아이는 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을 하게 됐다. 소속팀과 상의를 해서 결정해야 하고, 은퇴 후 지도자로 나설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바쁜 중에도 고향인 대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을 찾아 후배들을 격려했다.
대전 석교초등학교와 호수돈여중, 호수돈여고를 나온 김경아는 어머니가 사는 문창동 친정집이 코리아오픈이 열린 충무체육관 길 건너편에 있다.
박일순 대전시탁구협회장은 호수돈여고 선수 시절 감독이어서 사제의 인연이 있다.
충무체육관을 찾은 그는 "지난 6월 남북한과 중국, 일본 선수 등이 참가한 가운데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친선 탁구대회 때 북한의 김송이를 만난 적이 있다"면서 "이번에 수비수 서효원과 김송이가 남북 단일팀 수비수로 호흡을 맞췄는데 길지 않은 훈련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경아는 대전시 초청으로 열린 남북 선수단 초청 만찬 행사에도 참석해 후배들과 시간을 함께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한국 탁구에 보답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면서 "후배들을 지도하며 내가 받은 걸 돌려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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