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헬싱키 후폭풍' 수습 격동의 한주"…WP 뒷얘기 소개

입력 2018-07-22 08:12  

"백악관, '헬싱키 후폭풍' 수습 격동의 한주"…WP 뒷얘기 소개
트럼프 '기자회견 발언 공개해명, 굴복으로 보일라' 우려, 참모들이 설득
"'까다로운 질문' 던진 기자 왜 질문자로 선정했느냐"고 불만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눈을 뜨자마자 미·러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 언론보도를 성토하는 '분노'의 트윗을 날렸다. 그러고 나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2차 미·러 정상회담 일정을 잡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워싱턴DC에 초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볼턴 보좌관은 러시아 크렘린 궁에 이 제안을 전달하는 등 '행동'에 착수했고, 정오쯤 백악관은 올가을 워싱턴DC에서 2차 미·러 정상회담 개최 방안이 추진 중이라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10여 명의 정부 당국자들과 트럼프 대통령 친구들의 전언을 취합해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의 역풍 수습에 진땀을 빼며 좌충우돌을 겪은 백악관의 '격동의 한주'에 대한 뒷얘기를 소개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헬싱키 행보'의 파장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가 이뤄질 때마다 이런저런 '사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오히려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결론보다 이를 부인하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한 게 발단이 됐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헬싱키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DC를 향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몸을 실은 지 약 한 시간 만에 푸틴 대통령을 감싼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비판적 여론을 접하고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는 전용기 안에서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라인스 프리버스에게 전화를 걸어 투덜거린 뒤 대응전략을 짜기 위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작전회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논의 끝에 미국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는 트윗을 올리며 급한 불을 끄려고 했으나 좀처럼 사태는 진화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AP기자가 던졌던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면전에서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맹비난 하겠느냐'는 "까다로운 질문"을 놓고도 주변에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더 평이한 질문을 할 기자 대신 왜 하필 이 기자를 질문자로 선정했느냐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질문에 대해 선거 개입을 "러시아가 저질렀다(it would)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답을 내놨다가 엄청난 역풍에 부딪히자 하루만인 17일 결국 번복한 바 있다.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른 기자라도 그 상황에서는 비슷한 송곳 질문을 했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부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는데 대해 17일 오전에는 "왜 이리들 야단법석을 떠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친구들에게 토로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켈리 비서실장, 켈리엔 콘웨이 선임 고문, 빌 샤인 공보국장, 스티븐 밀러 선임보좌관, 샌더스 대변인 등 백악관 핵심인사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회의를 하고 '헬싱키 발언'에 대해 해명하기 위한 발표문을 가다듬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원고와 기자회견 영상을 검토한 뒤 '러시아가 저질렀다(it would)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문제의 발언이 '러시아가 저지르지 않았다(it wouldn't)는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는 이중부정 문장이었어야 했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공개 해명을 할 경우 자칫 비판론에 굴복해 패배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모들은 "뜻이 잘못 전달된 게 사실이라면 정확히 설명하기를 주저해선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안심시켰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각료회의에서 '러시아가 미국을 아직도 겨냥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No)"라는 답을 내놔 참모들을 다시 한 번 당황하게 했다. '푸틴 옹호 논란'을 잠재운 지 하루 만에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조짐이 나타나자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 시간까지 미루면서 일정 때문에 이미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떠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스로 연락을 취한 끝에 "'노'는 더는 답변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명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믿기지 않는 제안"이라고 반색했던 푸틴 대통령의 범죄혐의자 '맞조사' 제안에 대해 샌더스 대변인이 사흘 만인 19일 거부 입장을 공식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참모들의 설득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국가안보팀이 미국민의 신병을 '독재국가'로 넘기는 것이 어떤 외교적 문제를 내포하는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 여러 차례 주지시키느라 애를 썼다는 것이다.
이날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콜로라도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데 대해서도 백악관은 술렁거렸다. 코츠 국장에 대한 혹평도 나왔다. 코츠 국장은 2차 미·러 정상회담 소식을 현장에서 NBC기자를 통해 접한 뒤 되물어보는 등 트럼프 행정부 내 '불통'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행사에 앞서 콘웨이 선임 고문은 코츠 국장과 NBC 기자의 인터뷰 소식을 미리 듣고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변 동료들에게 '예고'했고, 이는 선견지명이 있는 예감이었다고 WP는 전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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