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여성인권 가장 시급…사형제 폐지하되 부작용 막을 대책 필요"
"국보법, 엄격적용 전제로 유지해야…법에 정한 예외 아니면 낙태허용 안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한지훈 기자 =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는 22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소위 '재판거래'는 존재할 수 없다고 믿고 싶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27년간의 재판업무 경험, 특히 대법원에서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한 경험으로는 그렇게 믿는다"고 적었다.
다만 이 후보자는 "제 믿음과는 별개로 국민과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도 해소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찰 수사로 의혹이 해소되길 희망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제한적으로 이뤄지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사법부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수사절차에서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가 복구할 수 없도록 훼손(디가우징)된 데 대해서는 "형법상 증거인멸죄에 해당하는지 사실적·법리적 측면서 상당한 논란과 다툼이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 밖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청와대를 설득할 방법을 모색하고, 판사와 대한변협 등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검찰 수사에 대해 논란이 많기는 하나, 기왕 수사가 시작됐다면 남은 의혹이 남김없이 밝혀져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현재 대법원에 제기된 의혹의 근본 원인은 사법행정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된 것이라고 진단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5월 31일 대국민 담화로 발표한 제도개선 방향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사실심 심리를 충실화하는 것 등을 사법부 개혁의 과제로 꼽았다.
상고심 개선방안과 관련해서는 "이상적인 방안은 세계 각국이 채택하는 상고허가제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는 어느 방안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개선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인권 문제로는 "여성인권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기간 차별받아 온 여성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형제 폐지 문제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국가보안법을 두고는 "적용을 엄격히 한다는 전제 하에서 법 자체는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성범죄 법정형 상향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동성결혼에 대해서는 "현행법상으로는 동성혼이 인정될 수 없다"고, 낙태죄에 대해서는 "모자보건법 등에서 정한 예외가 아닌 한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이 낮다고 해서 쉽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난민 신청이 불법체류자의 체류 기간을 늘리는 데 악용된다는 우려는 어느 정도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최근 재벌 총수의 기업범죄 등에 대해 과거보다 엄정한 양형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거나 기업의 경영공백 우려, 건강상태 등을 이유로 관대한 양형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존경하는 인물로는 윤재식·배기원·조무제 전 대법관을 꼽았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성경을 1순위로 꼽고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쿠션(고단한 삶을 자유롭게 하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등을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제 법정에 '자유롭고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며 "법정에 들어설 때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재판'을 하자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관으로 임명돼 무사히 임기를 마친다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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