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건설 당시 시가 취득·등기…"국가로 소유권 이전등기 하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서울 시내를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토지는 1970년 개통 이래 '국가 소유' 구간과 '서울시 소유' 구간이 섞여 있었다. 이 가운데 서울시 소유로 등기된 구간도 국가 소유로 이전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조미옥 부장판사)는 국가가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소유의 경부고속도로 토지 소유권을 국가로 이전 등기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경부고속도로는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공약에 따라 건설됐다.
당시 고속도로가 놓일 땅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서울시 등에 토지 취득업무를 위임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구간을 토지수용 등을 이유로 국가 소유로 등기했지만, 일부 구간은 매매를 이유로 시 소유로 등기했다.
경부고속도로 구간 중 서울시 소유로 등기된 땅은 서초구 원지동을 지나는 구간 중 일부로, 넓이는 1만7천473㎡이다.
무려 50년 가까이 지나서야 소송이 이뤄진 탓에, 국가 측은 당시 해당 토지의 취득 절차를 자세히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법상의 '시효취득' 규정을 근거로 이 땅이 국가 소유라고 인정했다.
민법은 부동산을 소유하겠다는 의사를 지닌 채 20년간 평온하게 점유하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유권을 인정한다.
경부고속도로 땅 역시 국가가 1971년 8월 노선을 지정 고시한 이후 현재까지 해당 토지를 점유해 온 만큼, 20년이 지난 1991년 8월에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 측은 "보상금이 시 예산으로 지급됐고, 국가에서 이를 지급하지도 않았다"며 소유권이 시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런 사실이 취득시효 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시가 국가에서 자금을 받아 토지 보상금이나 매수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십 년간 국가가 이 땅을 점유·사용하는 데 서울시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까지 비춰 보면 국가가 이를 법적 근거 없이 무단 점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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