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전날 히로히토 일왕 '결의' 거론 메모 발견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원흉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당시 일본 총리가 개전하기도 전에 "이미 이겼다"고 말하는 등 승리감에 도취한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3일 전했다.
A급 전범으로 분류된 도조는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의 판결에 따라 1948년 교수형을 당했으며 도쿄(東京)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됐다.
요미우리는 유자와 미치오(湯澤三千男) 당시 내무차관의 유품에서 발견된 메모를 인용해 도조 히데키 당시 총리가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 직전인 1941년12월7일 이같이 밝혔다고 소개했다.
유자와 당시 내무차관은 도조가 말한 내용을 편지지 5장 분량에 남겼다.
메모에 따르면 도조는 12월 7일 오후 8시 30분께 총리관저에 부른 유자와 내무차관 등에게 다음날인 개전일의 절차를 전달한 뒤 "이것으로 완전히 안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낮 개전 당일의 예정에 대해 히로히토(裕仁) 일왕에게 설명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요미우리는 "전쟁에 반대했던 히로히토 일왕이 개전을 결의해 군이 일치해 행동하는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도조가 '이미 이겼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히로히토 일왕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태평양전쟁에 대해 "군부와 의회가 전쟁 결정을 내렸고, 입헌 군주로서 재가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12월 1일 회의에서 전쟁을 최종 결정했으며, 8일 새벽 하와이 진주만 공격이 이뤄졌다.
유자와 내무차관의 메모는 도조가 일왕의 "결의"에 근거해 전군이 행동하는 것에 감격했다고 전했다.
도조는 이날 밤 취한 상태인 것으로 묘사됐다.
후쿠카와 다카히사(古川隆久) 니혼대 교수는 도조가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보고해 히로히토 일왕의 신임을 얻었지만, 나라의 운명을 짊어질 거시적 관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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