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장밋빛 낙관·기대 경계…고난의 행군 때 어려움도 부각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미협상이 교착상황인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3일 주민들에게 한반도의 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2면 전면에 게재한 정론 '인민이 걸어온 길'에서 "이제 또다시 허리띠를 조이고 눈보라 천만리를 가야 한대도 70년의 투쟁 속에서 불멸의 진리로 확증된 인민의 길, 사회주의의 길로 곧바로 나아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정론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을 앞두고 제국주의자들의 끈질긴 체제 붕괴 책동 속에서도 3대 최고지도자에 대를 이어 충성하며 체제를 지켜온 '인민'을 치켜세우며 결속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정론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극한에 이른 식량난에 사랑하는 자식을 잃고 혼절하여 쓰러지던 그날의 상처를 아직도 마음에 안고 사는 이 나라의 어머니들"을 언급하며 "나라는 어려웠지만, 장군님 계시어 인민이 강해지고"라고 지적했다.
정론은 베트남 호찌민 주석이 1960년대 한 북한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 물에 빠진 7명의 어린이를 구하고도 누구에게 알리지 않은 미담을 칭찬하면서 북한 노동당과 사회주의 체제를 평가한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관계 개선으로 경제적 풍요로움을 이루고 있는 베트남을 수시로 언급하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신속히 나설 것을 주문하는 가운데, 오히려 호 주석의 북한 체제 찬양 발언을 소개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노동신문 정론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시점마다 최고지도자의 의도와 정책을 주민들에게 주입·설득해야 할 때 동원하는 핵심적 기사 형식이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북미협상이 정체되는 국면에서 노동신문 정론을 통해 앞으로의 어려움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이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와 공동성명 채택,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북한 사회에 퍼져있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음이 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방북해 고위급회담을 했으나 종전선언과 핵 프로그램 신고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당장 북한이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상태다.
첫걸음부터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다양한 정세에 대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안북도와 함경북도의 경제현장을 시찰하며 당과 내각 간부들을 엄하게 질책하고, 노동신문 등 매체들이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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