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침공 독일이 배상해야'…폴란드 애국주의 논란

입력 2018-07-24 07:00  

'나치침공 독일이 배상해야'…폴란드 애국주의 논란
의회 배상금 산출위, 연내 결과 발표 전망. 야당은 '시대역행'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누군가가 전쟁을 시작해 많은 국민을 죽이고 그 나라를 폐허로 만들었다면 배상금을 내야 한다."
지난 5월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자격으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유엔본부에서 한 연설이 파문을 낳고 있다. 그가 말한 '배상금을 내야 할 국가'는 독일이다. 2차 대전 중 많은 생명을 앗은 행위에 대해 배상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발단은 작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당인 '법과 정의당'(PIS)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당수는 당대회에서 "우리에게는 윤리적으로도 독일로부터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했다. 그의 발언을 계기로 의회에 배상금을 산출하기 위한 위원회가 설치됐다. 위원회는 올해 내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폴란드는 독일이 동서로 분단돼 있던 1953년 배상청구를 포기했다. 현재의 독일 정부는 이를 근거로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앞장 서 주장하고 있는 안토니 마체라비츠 전 국방장관(69)은 "배상청구 포기는 (당시) 소련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국제법적으로 무효"라고 강조하고 았다. 그에 따르면 배상청구는 법과 정의당이 일찍부터 해온 주장이다. 친 유럽성향의 현 야당인 '시만플랫폼' 집권시에는 실현되지 못했다.
2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폴란드 국립 사회의견조사센터가 작년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 54%가 "독일에 배상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여당인 법과 정의당은 의회 상·하원에서 단독과반수를 점하고 있다. 지지율도 40% 안팎에 달한다. 인기 비결의 하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후한 재정정책이지만 "거기에 더해 폴란드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정책이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는 게 독일 방송국에서 일하는 폴란드인 기자 보이체프 시만스키의 설명이다. 현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애국주의 정책이 먹히고 있는 셈이다.
야기에워 대학의 안제이 노박 교수는 전임 정부가 유럽연합(EU)가입을 우선시한데 대한 반작용으로 애국주의가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혹독한 경험을 한 만큼 역사에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잠재적으로 강한데 전 정부는 EU를 중시한 나머지 (폴란드의) 역사와 전통을 경시했다"는 것이다.
2015년 이후 유럽에는 시리아 등지로부터의 난민유입이 계속되고 있다. EU는 회원국에 분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폴란드는 6천여명에 이르는 자국 할당 난민수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치안문제만이 아니다.
마체라비츠 전 국방장관은 "우리는 절대 폐쇄적이 아니다. 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에서 100만명을 받아들인 적도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EU나 독일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구조가 싫어서" 난민수용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애국주의로 기우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적지 않다. 야당인 '시민플랫폼' 소속 의원으로 상원 부의장인 보크던 보르세비치(69)는 "국수주의로 지지자를 선동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면서 "다른 나라와 경제 및 인적교류가 활발해진 지금 과거로 돌아가 배상을 요구하는 건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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