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들 "비위 더는 못 참겠다" 고발…충북교육청 감사 착수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의 한 고등학교 영양사가 소모품 구입비를 부풀려 공금을 횡령하고, 부정하게 초과근무 수당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북도교육청은 이 학교 영양사 A씨가 수년 전부터 급식실에서 사용하는 행주, 주방세제, 고무장갑 등 소모품 구입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의 내부 고발을 접수,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이 학교는 인근 마트에서 매월 1차례씩 소모품을 구입한다. 한 달 구입비는 40만∼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학교 측에 소모품 구입 품위 요구서를 제출해 승인 받은 뒤 조리원 1명과 법인카드로 물품을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카드 결제액보다 적은 양의 물품을 구입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돌려받아 챙겼다는 게 조리원들의 주장이다.
도교육청은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공금 횡령이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취재에 응한 조리원 B씨는 "A씨의 공금횡령이 적어도 1년 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A씨에게 따졌더니 '급식재료 수급 등에 문제가 생기면 (이 돈으로) 메워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오랜 기간 부정한 방법으로 초과근무 수당을 챙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학교는 현관에 지문인식 시스템을 설치해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기록한다.
그러나 지문인식이 잘 안 되는 직원은 개인 인식카드를 보안장치에 접촉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기록한다.
A씨는 이를 악용해 타인에게 인식카드를 맡기고 대리 체크하게 했다는 것이다.
B씨는 "주말에는 (내가) 오전 6시 출근하는 데, 오전 10시쯤 나오는 A씨가 인식카드를 미리 나에게 맡겨 일찍 나온 것처럼 체크하도록 했다"며 "주말은 내가 했고, 평일은 저녁조에 편성된 조리원이 대신 찍어줬다"고 폭로했다.
그는 "부당한 요구였지만, 갑의 위치에 있는 권한 많은 영양사이고, 매일 마주 대하는 관계여서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리원은 "지난해 A씨가 자신의 물건이 자주 없어진다며 남편을 동원해 사무실 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일도 있다"며 "동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감시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진저리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조리원은 "참다못해 지난 3월 A씨 문제를 학교 측에 알렸지만,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학교 측은 자체 감사를 거쳐 A씨를 경고 처분하고, 부당 청구한 초과근무수당 30여만원을 환수하는 선에서 문제를 덮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 관계자는 "A씨와 조리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려 CCTV 등을 통해 증거가 확보된 부당청구 금액만 환수한 것"이라며 "소모품비 횡령은 해당 마트에서 취급하지 않는 비상약품 등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도 교육청은 "감사 중인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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