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황유미 아버지 "그간 정부도, 삼성도 자기역할 못했다"

입력 2018-07-2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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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황유미 아버지 "그간 정부도, 삼성도 자기역할 못했다"
"반올림 분쟁 해결과 이재용 재판은 별개"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삼성전자[005930]에서 근무하다가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23일 딸이 사망한 지 11년 만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종지부를 찍게 된 데 대해 "그동안 정부도, 삼성도 자기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노동자 직업병 문제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유미가 2005년 6월에 백혈병에 걸렸고, 그로부터는 13년이 조금 넘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린 것을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건 삼성 측에도 큰 잘못이 있고, 삼성을 관리하는 정부도 자기 역할을 못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도, 삼성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면 많은 노동자가 암에 덜 걸렸거나, 만약 걸렸더라도 제도에 의해 치료나 보상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소외시켜왔기 때문에 이 문제가 여태껏 온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정부와 회사가 편했던 대신 노동자들은 죽음에 몰리고 그 가족은 파탄이 났다"면서 "지금이라도 해결된 것은 상당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부 측에도 회사 측에도 섭섭한 마음은 아직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역시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의사를 전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반올림·조정위는 24일 법무법인 지평에서 3자 대표 간 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조정위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선 "시간이 너무 오래됐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모든 것을 전부 조정위원장에게 맡긴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조정위 중재안 수용 결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선 "이번 반올림 직업병 문제가 해결돼 삼성 내 분위기가 좋아질 수는 있겠지만, (이번 건과) 재판은 직접적 관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동안 반올림 활동에 도움을 준 사회 각계각층에 대해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이 문제를 저 혼자서, 피해자 가족들끼리는 절대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분들은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이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오던 반올림은 오는 25일 문화제를 가진 뒤 이번 주 안으로 농성을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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