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일자 위성사진 판독…궤도 구조물·엔진 시험대 철거
"6·12북미회담 약속이행 첫 단계…약 2주전 해체 시작"
美전문가들 "북한의 신뢰구축 조치", "실질적 핵군축 조치는 아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김정은 기자 = 북한이 탄도미사일 실험장인 '서해위성발사장'을 해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서해위성발사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곧 파괴하겠다'고 약속한 장소로 꼽힌다.
38노스는 이날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 해체 시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들을 판독한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 20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rail-mounted) 구조물, 액체연료 엔진 개발을 위한 로켓엔진 시험대 등에 대해 해체작업을 시작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궤도식 구조물이 해체되면서 지하 환승용 구조물도 모습을 드러냈다. 해체 현장에 대형 크레인과 차량도 배치됐다.
이틀 후인 22일 찍힌 위성사진에서는 건물 한쪽 모서리 부분이 완전히 철거되고, 해체된 구조물이 바닥에 놓여있는 장면도 확인됐다고 38노스는 평가했다. 엔진실험장에 씌어있던 가림막도 치워졌다.
다만 연료·산화제 벙커와 주 처리 건물, 발사탑은 아직 해체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38노스는 "해체작업에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체작업은 약 2주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데 있어 핵심 시설들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약속을 이행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이 같은 움직임을 가리켜 "북한 측으로서는 중요한 신뢰구축 조치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DC의 중도 성향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는 북한이 당분간 핵, 미사일 실험뿐 아니라 위성 발사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평가했다.
미국과학자연맹(FAS)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CNN방송에 이번 조치가 "협상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는 "핵군축 혹은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제한을 위한 주요한 실질적 조치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마운트 연구원은 "이는 북한이 실험 프로그램에 성공해 이제 핵·미사일 시스템을 대량 생산으로 이행한다는 북한의 노선과 부합한다"면서 "실험 시설, 특히 우주발사체 실험 시설 해체는 이러한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핵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북한의 엔진 시험대 해체가 불가역적인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데다 북한은 최근 몇 달 사이 사전 경고 없이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할 수 있는 고체 연료 미사일로 넘어가 로켓 발사대가 필요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나랑 교수는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북한은 갈수록 더 고정된 실험장보다는 이동식 혹은 팝업(pop-up) 실험장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CNN은 북한의 이번 움직임이 '신뢰구축 조치'일 수도 있지만 협상이 계속될 경우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화답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곧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엔진 시험장은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에서 진행한 각료회의에서 "그들(북한)은 엔진 시험장을 파괴하고 있다. 그들은 폭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38노스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아직 뚜렷한 해체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