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9년된 뉴욕 타블로이드신문 대량감원에 지역사회 개탄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미국 뉴욕의 3대 일간지의 하나인 뉴욕데일리뉴스가 23일(현지시간) 편집국을 절반으로 감원했다.
지난 1988년 한때 400여 명의 기자를 두고 '거대 도시' 뉴욕의 밑바닥 소식까지샅샅이 보도했던 이 타블로이드 신문의 편집국에는 45명의 기자만 남게 됐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잠들지 않는 도시에 기자가 바닥나다'라는 기사를 통해 지역 신문의 몰락을 개탄했다.
디지털화 바람 속에서 미국 종이신문 대부분이 그러하듯 뉴욕데일리뉴스도 지난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4∼2016년 수익이 22% 감소하면서 기자들도 한두 명씩 짐을 쌌다.
퓰리처상을 11번이나 받았던 신문사였지만, 작년에는 시카고트리뷴 등을 소유한 언론재벌 '트롱크'에 단돈 1달러에 매각됐다.
언론사 인수 후 지도부 물갈이를 단행해온 트롱크의 손에 넘어가면서 뉴욕데일리뉴스에도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이날 해고자 명단에는 짐 리치 편집국장이 포함됐다.
리치 국장은 "당신이 민주주의를 혐오한다면, 그리고 지방정부는 수수방관 속에누구도 지켜보지 않는 음지에서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 좋은 시절"이라고 비판하는 트윗을 날렸다.
펜실베이니아 주 앨런타운 지역지인 '더 모닝콜'의 로버트 요크를 새 편집국장으로 영입한 뉴욕데일리뉴스는 앞으로 뉴욕의 사건·사고, 행정, 법조 분야 기사를 중심으로 보도할 계획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대기업이 수익을 최우선시하는 것은 이해하나, 뉴욕은 비중 있는 언론기관의 손실, 일자리의 상실, 가정이 받게 될 충격도 고려한다"며 감원 결정을 재고하라고 요청했다.
1919년 창간된 뉴욕데일리뉴스는 뉴욕시에 처음 등장한 타블로이드 신문으로, 큼직한 사진과 제목이 1면을 장식했다. 한창 때에는 하루 300만 부를 찍었다.
광산업보다 더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는 신문산업 속에서 이번 감원은 언론인들에게도 믿기 힘든 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신문의 기자 출신인 톰 로빈스는 "미국의 미디어 수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놀랍다"며 지방 정부를 감시하고 주민밀착형 뉴스에 집중하는 지역 신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뉴욕에는 이런 일을 할 발이 더는 없다"고 말했다.
뉴욕의 주요 신문들도 지역 소식을 줄이는 추세라고 WP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뉴욕 지역 담당 기자는 10년 전의 90명에서 현재 40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뉴욕시에 할애하는 지면을 6개에서 2개 면으로 줄였고, 지역신문 뉴욕포스트도 만성적자로 '전력투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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