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안낳고, 폐사하고…양계농장 폭염과 '전쟁중'

입력 2018-07-24 11:23  

알 안낳고, 폐사하고…양계농장 폭염과 '전쟁중'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닭들이 사료를 못 먹으니 계란도 잘 낳지 못하고, 크지도 않고, 여기저기서 죽어 나가고…말 그대로 폭염과 사투 중 입니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10만여마리의 산란계를 사육하는 A씨의 말이다.



A씨는 닭들이 알을 낳기에 적정한 온도는 22∼25℃이고, 37℃를 넘으면 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적정 온도가 넘어가면 닭들은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하고, 물만 마시면서 알을 정상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낳은 알도 크기가 작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평소 하루 8만개 이상의 계란을 생산, 판매한 A씨는 요즘 폭염이 이어지면서 계란 생산이 7∼10%가량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알을 낳지 않는 것은 그래도 다행이다. 사육장 내부 온도를 조금만 관리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죽어 나가는 닭이 생긴다"고 했다.
A씨는 종일 사육장 온도 관리에 온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계속 환풍기를 돌리고, 지붕에 물을 뿌리는 것은 물론 공기가 유입되는 곳에 조금이라도 찬 바람을 만들기 위한 물을 늘 뿌려두고 있다고 전했다.
사료와 물에도 닭들의 탈수 증상을 없애기 위해 비타민 등을 수시로 섞어 준다고 덧붙였다.
여러 층으로 된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산란계 농장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땅바닥에 수천 마리에서 많게는 수만 마리까지 사육하는 육계농장의 경우 지열까지 더해지면서 사육장 내부 온도 관리가 훨씬 힘들다.
양계협회 안성시 육계지부 B씨는 "주변 육계농장의 닭들이 줄줄이 폐사하고 있다"며 "이렇게 날씨가 더우면 닭들이 먹지를 못해 크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통 1개월 정도면 출하를 하는 육계들이 요즘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 제때 출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육계는 산란계보다 더위에 더 약해 36℃가 넘으면 폐사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양계농장마다 사육장 내부에 분무하거나 환풍기를 24시간 가동하는 등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으로 인한 가축 피해는 돼지나 소도 마찬가지라며 축산 농가들은 한숨을 내 쉬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기온이 20℃일 때 90% 수준인 닭 산란율이 35℃로 올라가면 79% 수준으로 떨어지고, 계란의 평균 무게도 20℃ 때 55.5g에서 35℃ 때 48.8g으로 감소한다며 각 농가에 철저한 사육장 온도 관리를 당부했다.
닭들에게 찬물과 비타민 등을 공급하고, 지붕 등에 물을 뿌리며, 항상 환기를 시킬 것을 주문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경기도 내에서는 닭 7만8천900여마리, 돼지 385마리, 메추리 1만여마리 등 66농가 8만9천여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k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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