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생수 한 병이 금이요 금" 섬마을 힘겨운 폭염 버티기

입력 2018-07-24 13:17   수정 2018-07-24 14:02

[르포] "생수 한 병이 금이요 금" 섬마을 힘겨운 폭염 버티기
'불볕더위에 물 부족까지'…주민들 "시원한 물 한 번 양껏 끼얹었으면"



(진목도[진도]=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이 뜨거운 더위에 시원한 물 한 번 양껏 끼얹어봤으면 좋겄소."
폭염의 기세가 열흘 넘게 이어진 24일 전남 진도군 진목도 주민 임숙자(63·여) 씨는 섬마을 어귀 담벼락이 만들어낸 비좁은 그늘에 앉아 땀을 식혔다.
임씨는 이날 마실 물과 생활용수를 싣고 온 군청 행정선과 급수선을 마중하고자 이웃과 함께 뙤약볕이 내리쬐는 선착장으로 나왔다.
뜨겁고 후텁지근한 공기와 바람 한 점 없는 더위는 뭍이나 섬마을이나 매한가지였다.
'통통' 울려 퍼지는 급수선의 엔진소음이 가까워지자 임씨와 이웃들은 굽은 허리를 일으켜 바다를 내다봤다.

배가 접안을 마치자 임씨와 이웃들은 생수병이 든 상자와 급수 호스가 선창에 부려지는 모습을 더위도 잊고 지켜봤다.
"이것이 금이요 금."
임씨는 골판지 상자에 빼곡히 든 400㎖들이 생수병을 신줏단지 모시듯 받아들었다.
생수 상자는 진목도에 사는 18명에게 서운함 없이 골고루 배분됐다.
섬마을에 물을 배달하는 행정선과 급수선은 한 달에 2∼3차례 찾아온다.

이번에는 전날 내려진 풍랑주의보 탓에 방문이 하루 늦었다.
물 사정이 좋지 않은 섬마을에 사는 주민은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한 올해 여느 때보다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진목도처럼 수원지가 따로 없는 소규모 섬마을일수록 주민들의 고충이 더하다.
우물이 마르지는 않았지만, 더위에 염도가 높아져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로도 쓰기 어렵다.

주민들은 진도군청과 협약 맺은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손수 배달해준 400㎖들이 생수 한 병으로 하루를 버틴다.
조금씩 입만 적시며 갈증만 달래지만, 톳과 미역 양식장에 일하러 나갈 때면 마실 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설거지와 빨래, 샤워는 급수선이 싣고 오는 생활용수로 해결하는데 이웃과 나눠쓰는 물이라 아낄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빨래를 가방에 담아 육지로 나가 해결하든지 잔뜩 모아 한꺼번에 해결한다. 그마저도 몸을 씻고 난 물을 재사용한다.

몸을 씻을 때는 처음 한 번 끼얹고, 비누칠 뒤 한 번만 헹구며 두 바가지 분량의 물만 쓴다.
자식과 손자들이 섬을 찾아올 때면 몸을 씻을 때 쓸 생수를 바리바리 싸들고 오도록 당부한다.
식사는 그릇 한두 개로만 해결하고 설거지할 때 물이 많이 드는 부엌 개수대는 비닐로 덮어서 막아버렸다.
마실 물조차 부족한 이 같은 섬마을 폭염 속 여름나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거주하는 주민은 물론 물을 전달하는 직원들도 당분간 불볕더위를 견뎌야 한다.
이날 진도 섬 지역을 돌며 생수병을 전달한 김준희 한국수자원공사 진도수도관리단 시설운영차장은 "섬마을 주민들의 힘겨운 여름나기를 보면 마음이 착잡하지만, 한동안은 별다른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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