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 '국가 애도의 날' 선포·EU에 지원 요청
실종자 신고전화 쇄도 희생자 수 늘어날 듯…가옥 수천 채 불타
(로마·서울=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장재은 기자 = 23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외곽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FP통신 등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60명까지 증가했고, 부상자는 156명까지 늘어났다고 그리스 당국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희생자 중에는 생후 6개월 영아를 포함한 어린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부상자 가운데 11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20여 명으로 알려졌던 사망자 수는 이날 아테네 북동쪽으로 40㎞ 떨어진 휴양도시 마티에서 사망자 26명이 무더기로 발견되며 껑충 뛰었다.
현장을 본 그리스 관영 ANA 사진기자 판텔리스 사이타스는 "심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의 사체 26구가 바다에서 15m 떨어진 지점에서 뒤엉킨 채 발견됐다"며 "이들은 불길을 피해 바다 쪽으로 가려 했으나, 화염에 갇힌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선 20여 명의 사망자들의 시신도 전부 마티를 중심으로 한 아테네 동부 라피나와 네아 마크리 사이에서 수습됐다고 그리스 당국은 설명했다.
이들 상당수는 불길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자택이나 차량에 갇힌 채 목숨을 잃었다. 여성 4명과 어린이 1명을 포함한 사체 4구는 인근 바다에서 수습됐다고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밝혔다. 이들은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약 700명의 주민들이 해안으로 대피했다가 해안경비대와 인근을 지나던 배에 의해 구조됐다고 해안경비대 측은 덧붙였다.
당국이 강풍 때문에 고삐가 풀린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 신고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집중된 마을인 마티를 품고 있는 라피나의 반젤리스 부르누스 시장은 현지 SKAI 방송에 "현재까지 최소 60명의 사망을 확인했다"며 "구조대가 가가호호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라피나에서만 약 1천200채의 주택이 불에 탔다"고 덧붙였다.
아테네가 포함된 아티카 주에는 전날 오후 아테네 서쪽으로 50㎞ 떨어진 해변의 휴양도시 키네타, 북동부 마티 지역 등 최소 3군데에서 잇따라 발화한 대형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수 백채의 가옥을 집어삼키는 등 재산,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그리스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유럽연합(EU)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날 보스니아 방문 도중 급거 귀국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불길을 잡기 위해 모든 가용 병력이 동원됐다"며 "유사한 형태의 산불이 동시에 발생한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화재 이후 빈집을 약탈할 목적으로 누군가가 일부러 불을 질렀을 가능성에 주목하며, 미국에서 제공받은 무인 드론을 이용해 수상한 움직임을 감시할 방침이다.
그리스 정부는 또 사흘 동안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TV 연설에서 "그리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극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사흘 간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애도하자"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에서는 최근 40도가 넘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당국이 산불 발생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지난 22일에는 관광객 등의 열사병을 우려해 아테네의 상징인 아크로폴리스가 수 시간 동안 폐쇄되기도 했다.
그리스에서는 고온 건조한 여름철에 산불 발생이 드문 일이 아니다. 2007년에는 남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60여 명이 사망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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