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과제로 '가치 재정립' 꼽아…'인적청산' 우선순위서 미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이슬기 기자 = 6·13 지방선거 참패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자유한국당이 24일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혁신 작업의 시동을 걸었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본인을 제외한 8명의 비대위원 인선안을 발표했으며, 곧이어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서도 무난하게 추인을 받아냈다.
김 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원 8명은 국회의원 4명에 외부 인사 4명으로 꾸려졌다. 일단 당내·외 및 원내·외의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먼저 당연직인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외에 국회의원인 당내 인사로는 재선 대표로 박덕흠 의원, 초선 대표로 김종석 의원이 각각 비대위원에 인선됐다.
김종석 비대위원은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김무성 대표 시절 여의도연구소장을 지낸 비박(비박근혜)계 잔류파로 분류되고, 당내 재선 모임 간사를 맡아온 박덕흠 비대위원은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선수(選數)별 대표성을 확보하면서도 일정 부분 계파도 감안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외부위원 4명은 각각 당 구조조정, 소상공인, 여성, 청년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김 비대위원장과 고교 동창인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는 금융권과 재계에서 잘 알려진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당 인적 쇄신 차원에서,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은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대안 모색 차원에서 각각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여성인 마중물 여성연대 출신 이수희 비대위원은 여성 대표성과 시민단체 경력이 감안됐고, 한국청년정책학회 이사장 출신으로 30대 초반인 정현호 비대위원은 청년 대표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정 비대위원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어 당과 관련된 인사라 할 수 있다.
의총 보고 후 의원들 사이에서 큰 반발은 눈에 띄지 않는 등 이번 인선을 놓고 당내에선 무난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다만 외부 비대위원 절반은 사실상 당내 인사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의원들이 비대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의총은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을 발표하며 처음 당에 '데뷔'하는 자리임에도 불참자가 절반 가까이 됐다.
'김병준 비대위'의 활동기한은 뚜렷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내년 2월 정도까지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비대위 체제에서 가장 먼저 '한국당의 가치 재정립' 작업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의원들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인적청산 문제는 뒤로 미뤄놓았다.
김 위원장은 의총에서 "혁신비대위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사의 흐름에 맞고, 국가발전에서 대단히 중요하고 반드시 가져야 할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비대위가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해 온 친박계의 의도대로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당협위원장 교체 카드'를 내보이긴 했지만, 총선 공천권 등 실권이 없는 비대위라는 이유에서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사실상 인적청산을 안 하겠다고 밝혀 친박·비박이 싸울 큰 논란거리를 없앴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라며 "의원들 사이에서는 친박, 비박 할 것 없이 굳이 김병준 비대위 체제를 비판해 주목받을 필요가 없고 당분간 나서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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