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작가 빈소 이틀째 성석제·은희경·백낙청·김사인 등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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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광장'의 마지막 선택은 그야말로 고심한 끝에 나온 것이란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맨 뒷부분에 주인공이 배에서 사라지는 장면은 40∼50번 정도 읽은 것 같아요. 제 청년기에 문학적으로 큰 영향을 준 텍스트 창출자이셨고, 그런 분이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이렇게 떠나셔서 심적으로 큰 타격을 느낍니다."
24일 고(故) 최인훈 작가 빈소에서 만난 성석제(58) 작가는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대학 때 시를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최 선생님 작품을 읽게 됐는데, 시 같은 텍스트로 읽혔다. 서술 방식이 실험적이고 충격적이었는데, 그분을 잘 모르니까 '우리나라에 이렇게 젊은 작가가 있구나' 생각했다. 시간을 뛰어넘어 힘 같은 걸 느낄 수 있었고, 나중에 그 내용이 역시 소설로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녹여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젊고 실험적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개척자적 정신을 느꼈다. 그런 점이 지금까지도 변한 게 없다"고 떠올렸다.
이어 "나이나 세대를 다 떠나서 몇백 년 전 작가 중에 지금도 감동적인 작가들이 있는데, 최인훈 선생님도 그런 분이셨다. 소설뿐 아니라 극작도 하시고 문학적인 모험들을 계속하셔서 늘 본받고 싶은 작가였다. 한 번도 개인적으로 뵌 적은 없지만, 이렇게 떠나시니 마치 윗세대를 잃은 고아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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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는 전날부터 동료·후배 문인들이 줄을 이어 조문하며 스승이자 선배인 고인에게 경의와 애도를 표했다.
비슷한 세대인 최일남, 김원우를 비롯해 김승옥, 이인성, 은희경, 하성란, 강영숙, 윤성희, 천운영, 편혜영 등 소설가와 정현종, 이근배, 김혜순 시인,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조문했다.
백낙청 교수는 고인을 떠올리며 "우리 문학에서 업적도 많으시고, 한눈 안 팔고 지식인으로서, 또 문학인으로서 외길을 가신 분"이라고 말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사인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조문한 뒤 "최인훈 선생은 우리 한국 현대사에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치유되지 못한 어떤 상처를 자기 전 생애에 문학적 화두로 일관한 분이다. 굉장히 세련된 지성과 섬세함을 갖춘 최인훈의 영혼은 평생 그 상처의 힘으로 버텨왔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남북 간에 민족의 상처가 치유되고 통합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시기에 변화나 성취를 끝내 보지 못하고 고향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이렇게 생애를 마감하게 되는 것이 굉장히 아픈 일이다. 그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 강하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방과 전쟁을 그런 수준으로 객관화할 수 있는 지성적 거리를 한국 현대 문학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그건 최인훈이 있음으로써 한국문학이 성취할 수 있었던 성과다. 한국문학에만 그칠 것 아니라 세계문학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광장' 등 작품은 해외 번역가들이 선호하는 리스트에 항상 들어있는데, 다시 한 번 최인훈 문학을 전체적으로 아울러 해외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설 '광장' 등으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최인훈 작가는 넉 달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지난 23일 오전 향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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