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평생 2명중 1명 암 발병, '암과의 공생' 지향
'질병치료 업무평가 반영'은 처음…日언론 "업계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이토추(伊藤忠)상사가 암치료를 사원 개인의 업적으로 평가해 보너스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암에 걸린 사원이 스스로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해 치료에 진척이 있으면 업무실적으로 간주, 상여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건강관리와 질병치료 목표를 개인의 업무평가에 반영하는 인사 제도는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은 평생 2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토추는 투병과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4천300여명인 전 사원을 대상으로 암치료를 업무목표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5일 전했다. 치료에 진전이 있는 사원은 이듬해 보너스에 반영한다.
치료 진행정도에 대한 평가는 사원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달리한다. 암 진단을 받은 사원이 투약과 통원치료를 계획적으로 계속하는지 여부가 평가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을 회복해 치료와 일을 양립시키는 정도를 평가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치료가 진전되지 않더라도 마이너스 평가는 하지 않는다. 플러스적인 측면만 반영한다. 건강한 사원이 갑자기 발병할 경우 그 시점에서 목표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카후지 마사히로(岡藤正?) 이토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암과의 공생을 향한 회사의 진솔한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제도 도입취지를 밝혔다. 그는 또 "이토추는 다른 종합상사에 비해 소수정예여서 다른 회사보다 사람을 훨씬 더 중요시한다"고 전제, "신입사원이 먼저 애사정신을 갖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회사가 먼저 사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토추는 2020년까지의 중기 경영계획에 건강경영을 기본방침으로 제시하고 작년 여름부터 암 대책을 확대하고 있다. 40세 이상 사원의 암검진을 의무화하고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도첨단의료비를 전액 회사가 부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재직중 암으로 사망한 사원에 대해 자녀 양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제도의 경우 최대 공립대학원까지 이던 지급기준을 사립 대학원에 진학한 경우로까지 확대했다.
일본의 경우 연간 85만명이 새로 암진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30%는 일하는 세대다. 2016년에는 사업주가 암환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촉구하는 개정 암대책기본법이 제정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이토추의 새로운 제도가 사원들이 안심하고 오랫동안 근무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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